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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미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유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밀착 관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두 사람이 수년간 구축해온 관계가 실제 FIFA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징계를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발로건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월드컵 32강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발을 밟아 즉시 퇴장당했고, 규정상 다음 경기인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FIFA는 징계규정 27조를 적용해 발로건의 1경기 출전정지 처분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이에 따라 발로건은 벨기에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옳은 일을 하고 엄청난 불의를 바로잡아 준 FIFA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상대팀인 벨기에축구협회는 즉각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했고, 축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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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AFP] |
NYT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2018년 백악관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월드컵 공동 개최가 확정된 직후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FIFA 유니폼과 심판용 경고카드를 선물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축구의 왕(King of Soccer)”이라고 부르며 친분을 이어갔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처럼 가까워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판티노 회장은 미국 정부와 접촉을 확대하려 했지만 백악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당시 행정부는 FIFA의 과거 부패 스캔들 등을 의식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인판티노 회장은 취임식은 물론 백악관 행사와 외교 일정, 마러라고 리조트와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 행사 등에 잇달아 참석하며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FIFA는 지난 1년간 뉴욕 트럼프타워 17층에 사무실도 임대해왔다. 임대료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 기업에 지급됐지만 축구계 관계자들은 NYT에 “사무실이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대 FIFA 평화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조 추첨식 개최지도 당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워싱턴DC로 변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상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거나 백악관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FIFA 회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치권과 밀착된 행보를 이어왔다. NYT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공개적인 찬사와 선물, 잦은 접촉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FIFA 내부와 유럽 축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럽 축구 관계자들은 인판티노 회장이 FIFA 총회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우선시했다며 “사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축구보다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노르웨이축구협회도 FIFA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여부를 문제 삼아 윤리 절차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인판티노 회장 측은 월드컵 성공을 위해 개최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비자 발급과 이민 정책, 경기장 보안, 외국 대표단 입국, 대회 운영 등 월드컵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NYT는 FIFA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월드컵 기간 경기장 주변 이민 단속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비공식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IFA는 별도의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축구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대회 흥행과 관중 동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