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노사 격차 1290원…공익위원 “노사 자율 합의 우선”

4차 수정안까지 격차 1290원…오늘 추가 수정안 제출
최임위원장 “촉진구간·권고문 모두 미확정…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릴 것”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회의까지 노동계와 경영계는 4차 수정안으로 각각 시간당 1만1700원과 1만410원을 제시함에 따라 양측의 격차는 1290원으로 좁아졌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다시 한번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노사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공익위원들은 노사 자율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최후의 순간까지 협상 진전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착수했다. 지난 11차 회의까지 노사는 네 차례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노동계는 시급 1만1700원, 경영계는 1만410원을 제시해 1290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오늘도 노사 양측의 수정안 제출이 예정돼 있다”며 “공익위원은 가급적 최후의 순간까지 노사 양측의 간극이 좁혀질 수 있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의 속도감 있는 접근이 원활하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한 언론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하반기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권고하는 내용 등이 담긴 초안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이날 해당 권고문이 아직 위원회에서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 위원장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권고문과 관련 “권고문의 내용이나 형식은 확정된 바 없다”며 “노사와 공익위원이 함께 논의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방법과 내용을 확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7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노사는 이날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사업장의 경영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79.7% 인상된 반면 소비자물가는 22.9%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특히 2018~2019년 급격한 인상의 충격이 아직도 현장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5월 생산자물가는 평균 4.8%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 수준”이라며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이미 한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결국 폐업과 고용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겼다고 시간에 쫓겨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5년 이상 영업하다 폐업한 사업자가 31만7000명으로 20년 만에 가장 많았고 음식점 폐업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을 넘어 일자리 감소와 쪼개기 근로 확대, 숙련인력 이탈 등 산업 전반의 구조적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는 수출 호조에도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월간 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수출 중심의 회복이 곧바로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대기업은 성장하고 노동시장 하층부는 더 어려워지는 K자형 불균형 성장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계와 민생경제의 내수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고용유지 지원과 사회보험료 지원 등 정부의 보완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최저임금이 내수 활성화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으로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 공모전 수상작을 엮은 사례집을 공익위원들에게 전달하며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호소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월 200만원 안팎의 최저임금으로는 병원비와 아이 양육비를 걱정하지 않고 살기 어렵다”며 “최저임금은 하루를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다음 달을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는 숨구멍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상된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소비를 통해 결국 골목상권으로 다시 흘러들어간다”며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노사의 추가 수정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사 간 격차가 충분히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해 최종 합의 또는 표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수준은 법이 정한 결정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어느 한 기준이나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는 논의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이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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