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0%까지 육박…3년 만에 절반 수준
수입 EV 비중 46.1%
현대차·기아 전기차 방어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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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5시리즈(왼쪽), 벤츠 E클래스 [헤럴드 DB,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의 ‘50% 벽’이 16년 만에 깨졌다. 테슬라가 수입차 1위 브랜드 자리를 굳히고 BYD가 빠르게 판매를 늘리면서, 독일 브랜드 중심으로 움직이던 수입차 시장의 무게추가 미국·중국 전기차 쪽으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달 유럽 브랜드 등록대수는 1만8820대로, 전체 수입 승용차의 49.4%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65.7%에서 1년 만에 16.3%포인트 빠진 수치다.
월간 기준 유럽 브랜드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유럽 비중은 48.2%까지 하락했다. 2022년 3월만 해도 유럽 브랜드 비중이 89.8%에 달했던 만큼, 3년여 만에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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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 시장 내 유럽차 비중 추이 |
유럽차는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차 대중화가 진행됐고, 2020년대 초반에는 유럽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기차 중심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하면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질서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상반기 누적으로 봐도 유럽 브랜드의 점유율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해 1~6월 유럽 브랜드 등록대수는 10만793대로 전체 수입 승용차의 54.8%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72.0%보다 17.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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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Y [테슬라코리아] |
빈자리는 테슬라와 BYD가 채우고 있다. 상반기 미국 브랜드 비중은 지난해 17.5%에서 올해 31.6%로 뛰었고, 중국 브랜드도 0.9%에서 6.3%로 올라섰다. 6월만 놓고 보면 변화는 더 가파르다. 미국 브랜드 등록대수는 1만1445대로 수입차 시장의 30.1%, 중국 브랜드는 4652대로 12.2%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을 합친 비중은 42.3%로, 지난해 6월 26.5%보다 15.8%포인트 높아졌다.
2000년대 중후반에도 유럽차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간 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토요타·렉서스 등 일본 브랜드 강세가 주요 배경이었다. 올해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가 전기차를 앞세워 판도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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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D 돌핀 액티브. [BYD 제공] |
유럽 브랜드의 비중은 낮아졌지만 수입차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등록대수는 처음으로 연간 30만대를 넘어섰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하며 18만대를 돌파했다.
다만 주요 유럽 브랜드의 판매 증가세는 이미 정점을 지나 둔화되는 흐름이다. 벤츠는 2022년 9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만8467대에 머물렀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8.6% 줄었다. BMW도 2022년 7만8545대 이후 정체 흐름을 보이며 올해 상반기 증가율이 2.3%에 그쳤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역시 2015년 각각 3만2538대, 3만5778대에서 지난해 1만1001대, 5125대로 판매 규모가 크게 낮아졌다.
브랜드 순위도 바뀌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벤츠가 수입차 1위였고 BMW가 뒤를 이었다. 이후 2023~2025년에는 BMW가 선두를 지켰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테슬라가 BMW와 벤츠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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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주요 전기차 판매대수 |
전기차 시장을 놓고 보면 변화의 속도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 국내 전체 전기차 등록대수는 4만2227대였다. 같은 달 수입 승용 전기차 등록대수는 1만9453대로, 전체 전기차 등록의 46.1%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으로도 42.1%에 달했다.
이 같은 변화는 현대차그룹에도 새로운 경쟁 압박이 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여전히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3개 브랜드의 승용차 등록대수는 총 53만4654대로, 전체 승용차 등록 76만5631대의 약 69.8%다.
그러나 전기차만 떼어놓으면 사정이 다르다. 테슬라 모델Y는 지난달 9188대 등록되며 수입차 전체 1위 모델에 올랐다. BYD 돌핀도 2828대로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를 제치고 수입차 2위 모델에 올랐다. 같은 달 기아 EV3는 3403대, 기아 EV5는 3226대, 현대차 아이오닉5는 2281대였다. 수입차가 더 이상 프리미엄 수요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차·기아의 대중형 전기차 수요층까지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이집트의 싱크탱크 알하브투르리서치센터 소속 모하메드 샤디 박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규제, 높은 에너지 비용, 배터리 공급망 열세에 동시에 직면한 반면,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핵심 광물·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의 기준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현 흐름이 이어질 경우 유럽 업체들은 방어적 위치로 밀려나고,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침투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