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개미도 지쳤어’ 주식 살 돈도 줄어든다…삼전닉스 주가, 누가 지켜주나 [투자360]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5년 전 미 월가에서 ‘반도체 저승사자’로 각인된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업황 둔화를 경고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증시를 ‘오징어게임’에 빗대는 등 비관론이 커지는 반면, JP모건과 국내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의 매수 여력마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반도체주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증시는 7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 재개에 따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주 급락이 겹치면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5%, 나스닥지수는 1.16% 하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4.65% 급락했고, 인텔(-9.66%), 마이크론(-4.71%), AMD(-6.51%), KLA(-7.22%) 등 주요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쏠렸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같은 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변화율의 정점(Peak Rate of Change)’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메모리 업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D램 가격 상승률과 실적 개선 속도가 점차 둔화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향도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메모리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급등했던 반도체주에서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과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업종 간 격차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으로 메모리 업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CAPEX)를 꼽았다.

외신도 한국 증시를 향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WSJ은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며 높은 변동성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지적했다. WSJ은 “인구 5100만명의 한국에서 개인이 얼마나 더 베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파티가 끝나면 손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스피가 하루 2% 이상 움직인 날은 77차례에 달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2% 이상 변동한 날은 5차례에 그쳤다. 코스피가 3% 이상 움직인 날은 44차례, 5% 이상 급등락한 날도 23차례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확산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투자자예탁금 추이


시장에서는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던 개인투자자의 매수 여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136조원대에서 최근 112조원대로 감소했다. 하루 만에 6조원 넘게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약 3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인의 ‘실탄’까지 줄어들 경우 반도체주를 떠받치던 수급도 이전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반론도 적지 않다. JP모건은 최근 반도체주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라며 예상보다 강한 메모리 가격과 원화 약세가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의 구조적 성장세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가 역시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은 전날 긴급시황 보고서를 내고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 따른 AI 투자 과열 논란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현재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7월 말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 주식들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지속성이 재확인된다면 우리 증시는 다시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현재 사이클은 메모리 공급이 최소 내년 4분기까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지는 만큼 메모리 업황은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년 대비 9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절대 우위를 기반으로 수익성 격차를 축소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달 말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과 AI 설비투자(CAPEX) 계획으로 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투자 기조가 메모리 슈퍼사이클 지속 여부와 반도체 업황의 향방을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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