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통사고 냈다” 거짓말에도 ‘무죄’…장윤기, 경찰 아빠도 처벌 피하는 ‘친족 특례’ [세상&]

증거인멸, 도주 도와도 처벌 면해
장모 경감, 훼손 리얼돌 등 폐기
“완전 폐지보다는 범위 좁혀야”


광주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 [광주경찰청]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씨의 사건을 놓고 ‘친족 특례’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장씨 사건 수사 초기 장씨의 경찰관 아버지는 직위를 이용해 증거물 등을 훼손하고 감췄다. 증거인멸 혐의로 처벌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씨 아버지는 처벌을 피하게 됐다. 형법에서 정한 친족 특례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7일 장씨 부친인 장모 경감에 대해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감찰조사 결과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가공무법, 경찰공무원 징계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징계 조치한다”고 밝혔다.

장 경감은 증거물 일부를 폐기했지만 형사처벌은 피하고, 내부 징계 수준의 책임을 질 예정이다.

앞서 장 경감은 아들 장씨에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증거물을 폐기했다. 지난 5월 5일 사건 발생 직후 광주광산경찰서 소속 형사과 수사팀장 A 경감은 장씨의 자취방을 압수수색한 뒤 장 경감에게 집 주소와 비밀번호 등을 넘겼다.

당시 경찰은 장씨의 집에서 흉기로 훼손된 리얼돌 등을 발견했지만 실물은 보존하지 않고 사진만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경감은 그대로 남겨진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 후 폐기했다. 또 장씨가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도 폐기했다.

그러나 장 경감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형법에서 정한 ‘친족 특례’ 때문이다. 형법 제151조(범죄은닉)와 제155조(증거인멸)에서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친족 관계인 가족이 범죄자의 도피 및 증거인멸을 돕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씨가 지난 5월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법원에서는 범죄 사실이 명확해도 친족 특례를 적용해 처벌하지 않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1월 ‘2촌의 인척’ A씨를 ‘친족’으로 인정해 B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병원 응급실 앞에서 교통사고를 냈는데, A씨는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진술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A씨가 허위진술을 해 B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봤지만 “친족간의 특례에 해당해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친족 특례를 손보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은 지난 2일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형법상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등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족 또는 친족이라도 범인의 도피를 돕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완전 폐지는 어렵다는 주장도 맞선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족 특례를 없애면 범죄자만 양산하는 꼴이다”라며 “누구라도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면 도우려고 할 것이다. 폐지하면 기대 가능성(적법행위를 할 것이라는 기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친족의 범위를 좁힐 필요는 있다”며 “현행법상 8촌까지 친족으로 규정된다. 현재 정서상 4촌만 돼도 먼 관계인데 8촌은 매우 광범위한 범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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