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CJ대한통운, 택배기사와 단체교섭의무 없다. 사용자 아냐”…중노위 판정 취소 소송 파기환송[세상&]

중노위 ‘사용자에 해당’ 판정에 CJ대한통운 소송 제기
1·2심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사용자성 인정”
대법 “구 노조법이 적용되는 사안으로 사용자 해당 안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대법원이 집배점 택배기사에 대한 화물운송업 회사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청업체가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전 사안으로, 구 노조법을 따라야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구 노조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사용자를 판단할 때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CJ대한통운이 집배점 택배기사에 대한 관계에서 구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앞서 집배점 택배기사들이 가입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지난 2020년 5월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서브터미널에서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주5일제 실시 ▷급지수수료 인상·개선 ▷사고부책 개선 등 6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CJ대한통운에 요구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택배노조는 단체교섭 거부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2020년 11월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서울지노위 초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이 6가지 의제에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권을 갖고 있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그러자 CJ대한통운은 중노위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같은 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도 집배점 택배기사에 대한 CJ대한통운의 노조법상 ‘사용자성’ 유무였다. 당시 집배점주는 책임배송구역을 세부화해 택배기사들과 각 택배화물 운송에 관한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각 구역 택배화물 집화·배송 업무를 집배점 택배기사에게 재위탁하고 있었다.

CJ대한통운은 노조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는 맺는 자인데, 집배점 택배기사들과는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에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2023년 1월 CJ대한통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했다. CJ대한통운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의제들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1심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 해석 문제는 전반적인 근로 3권의 보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노조법상 사용자에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2024년 1월 CJ대한통운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도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한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노란봉투법 시행 전 교섭 요구 소송은 종전 법리를 따라야 한다는 판단과 같다.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노란봉투법에는 하청 근로자가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 전합은 지난 5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 제기된 교섭 요구 소송이기에 종전 법리가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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