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연결되는 작품과 관객…국립현대미술관 과천 40주년展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개최
필립 파레노·제임스 터렐 작품 소장 이후 최초 공개


제임스 터렐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개관 40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에서 빛으로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을 오는 1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전시는 3가지로 구성되며 각 전시는 과천관의 건축적 특성과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품과 공간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기획됐다. 빛은 과천관의 건축과 자연환경을 드러내는 물리적 요소인 동시에, 소장품과 관람객 사이의 감각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촉발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공간과 신체, 기억과 경험이 서로를 비추고 반응하는 관계적 장으로서의 미술관을 제안한다.

먼저 미술관 로비와 브릿지에는 ‘광경’이 펼쳐진다. 빛을 매개로 자연과 예술, 과천관의 내외부를 연결하며 장소성과 공간 경험을 새롭게 조명한다.

미술관 로비에선 프랑스 현대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대표작 ‘마퀴’(2019)가 소장 이후 최초로 공개된다. 극장 입구에 설치되는 전광 간판(marquee)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네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구, 금속 구조물 등으로 구성되며, 일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점멸하거나 밝기가 변화한다. 관람객은 어떤 사건이 시작되기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상태를 통해 작품이 아닌 기다림, 예고, 가능성 자체를 경험의 대상으로 전환한다.

3층 브릿지에는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가 설치된다.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는 김아영의 대표 연작 ‘딜리버리 댄서’의 주요 작품으로 가상의 도시를 횡단하는 두 인물의 여정을 통해 속도와 시간, 과거와 미래,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복합적 시공간을 상상하며, 기술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 속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과천관 브릿지 공간에 맞춰 LED 패널 기반의 장소특정적 설치로 재구성된다.

필립 파레노 ‘마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규 전시 공간인 2원형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잔상’에서는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를 2025년 소장 이후 최초로 공개한다. ‘빛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가 2000년대 이후 진행한 ‘글라스워크(Glassworks)’ 시리즈의 하나로, LED 조명과 반투명 직물인 스크림을 활용해 공간 전체를 빛으로 채운다. 천천히 변하는 작품의 색채는 관람객이 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감각적 경험을 하게 한다.

이반 나바로의 ‘에코(벽돌)’(2012)와 ‘무제(쌍둥이 빌딩)’(2011)도 소개된다. 두 작품은 빛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깊이와 공간감을 통해 기억과 부재, 불안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환기한다.

야외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머무는 자리’는 공원의 역사와 공공적 가치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신작 프로젝트이다. 김하늘, 방효빈, 임정주, 하지훈, 황형신 5인의 작가들은 관람객이 직접 앉고, 기대고, 머물 수 있는 ‘앉을 수 있는 조각’을 곳곳에 설치해 야외에 설치된 기존 조각작품과 푸른 자연, 그리고 관람객의 신체 경험을 연결한다.

김하늘의 ‘스티로폼 소파(어상자)’는 폐재료에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부여해 순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방효빈의 ‘고리의 궤도’는 반복되는 고리의 원형 구조를 통해 사람과 공간, 작품과 풍경을 연결한다. 임정주의 ‘논엘로퀀트’는 정해진 기능 대신 다양한 사용 가능성을 제안하며 관람자가 스스로 작품과 관계를 맺도록 유도한다. 돗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하지훈의 ‘자리’는 한국의 좌식 문화와 현대적 휴식의 방식을 연결하고, 황형신의 ‘재구성된 풍경’은 반사되는 금속 표면을 통해 변화하는 자연 풍경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986년 개관 이후 과천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며 수많은 예술적 실험과 창조의 순간을 품어왔다”며 “개관 4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번 전시와 프로그램이 과천관의 유산을 돌아보고, 미래 40년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그려보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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