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회장 ‘오프닝 벨’ 누른다…AI 반도체 비전 밝힐 듯
공모액 265억달러…외국기업 美 IPO 최대 규모
2011년 시총 13조서 현재 1600조원 육박
압도적 HBM 점유율 바탕 AI 반도체 시장 선점
SK그룹 전반 ‘AI 인프라’ 투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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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하이닉스를 SK그룹이 인수한 지 14년이 지난 오늘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1978년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했다 오일쇼크로 인해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선경반도체의 꿈은 SK하이닉스를 인수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개화 단계부터 확고히 다진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에 글로벌 기관투자자도 대규모 자금을 베팅했다. 265억달러(약 40조원) 조달을 확정하며 외국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공모액 기록을 새로 썼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AI 시대 슈퍼모멘텀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IPO로 확보한 40조원을 첨단 AI 반도체 생산기지에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그룹이 함께 참여할 글로벌 AI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지도 주목된다. 나스닥 상장식에서 ‘오프닝 벨’을 울릴 최태원 SK 회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ADR은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공식 상장한다. 한국시간으로 밤 10시경 상장식이 진행된다. SK하이닉스는 ‘SKHYV’라는 티커로 임시 거래를 개시한 뒤 오는 13일부터 ‘SKHY’ 티커로 정규 거래가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2012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서 시작된다. 반도체 사업 진출을 오래 전부터 고심하던 SK그룹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결단을 내렸다. 막대한 설비투자에 시클리컬(Cyclical, 경기순환형)한 반도체 산업 성격 탓에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승부수를 띄웠다.
AI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SK그룹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2023년 8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차원의 우려가 컸지만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며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다. 기업가치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1년 말 약 13조원이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1560조원에 이른다. 전세계에 10여곳 뿐인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에 등극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가능하게 만든 건 단연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미래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개발 초기 번번히 실패하며 직원들 사이에선 HBM 팀을 두고 ‘아오지 탄광’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2013년 세계 최초 HBM 개발에 성공하며 아오지 탄광이 금광으로 바뀌었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를 만나는 과정에서도 독보적인 HBM 경쟁력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전세계 HBM 시장점유율 56.4%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AI 가속기용 신제품인 7세대 HBM4E 12단 샘플도 공급했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발판 삼아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 Stack AI Memory Creatoer)’로 도약한다.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해 HBM은 물론 저전력 D램(LPDDR), 그래픽용 D램(GDDR),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까지 통합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노린다. SK하이닉스 M&A(인수·합병)부터 키옥시아·솔리다임 같은 낸드플래시 추가 투자까지 주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출간된 ‘슈퍼모멘텀’에 실린 인터뷰에서 “우리는 길목에 서있었다”며 “HBM 스토리는 AI 산업이 성장하고 전개되는 방향 앞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던 자가 성공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에이전트 AI를 시작으로 피지컬 AI까지 확대가 전망되는 AI 슈퍼모멘텀의 초입에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ADR 조달 자금을 기술 리더십 강화에 투입한다. 신주 발행으로 마련한 265억달러 모두 AI 반도체 투자에 쓰인다. 내년 1분기 첫 번째 클린룸 가동을 앞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에 31조원 투자가 예정돼 있고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에도 19조원을 쓸 예정이다. ASML로부터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구입하는 데에도 12조원 지출이 계획돼 있다.
이제 관심은 최 회장이 나스닥 상장식에서 남길 메시지에 쏠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 증시 진출 소감과 향후 투자 계획 및 AI 반도체 사업에 대한 비전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의 미국 IPO 사상 최대 공모 실적을 기록한 딜(Deal)인 만큼 SK그룹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거운 한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최 회장을 비롯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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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SK그룹은 지난달 말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계기로 AI 소비국에서 AI 수출국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공급 전면에 나선다면 SK텔레콤이 지능을 생산하는 AI 팩토리를 짓기로 했다.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투자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미국에 AI 컴퍼니를 신설하며 AI 설루션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SK(주), SK이노베이션도 출자를 약정하며 그룹 차원에서 공동 투자를 통한 시너지를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