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배경이 학벌 되는 사회…40년간 쌓인 유럽 데이터 분석했더니 뜻밖의 답 나왔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부모를 잘 만난 것이 자녀의 학벌을 좌우하는 사회는 값을 치른다. 그 대가는 세상에 나오지 못한 새 기술로 돌아온다. 재능이 출신에 막히면 그 재능이 만들었을 발명도 함께 묻히기 때문이다. 유럽 36개국의 40년 치 기록을 뜯어본 연구가 이 오래된 통념에 냉정한 숫자를 붙였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에 독일 라이프니츠 유럽경제연구센터(ZEW) 세라 맥나마라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학력을 덜 좌우하는 지역일수록 새로운 발명이 많이 나왔다.

연구팀은 유럽 225개 지역에서 40년간 부모와 자녀 두 세대의 학력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추적해 유럽특허청(EPO)에 쌓인 특허 기록과 맞춰봤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학생들의 연구 모습. [헤럴드DB]


부모 그늘이 옅을수록 새 기술이 많이 나온다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단순하다. 부모가 많이 배운 집 자녀가 똑같이 많이 배우고, 부모가 덜 배운 집 자녀는 그대로 덜 배우는지를 봤다. 두 세대의 학력이 비슷하면 출신이 앞길을 가르는 사회, 학력이 다르면 타고난 배경과 상관없이 각자 능력만큼 배우는 사회다.

부모의 그늘이 옅어질수록 새로 나온 특허와 기술은 4~23% 늘었다.

연구팀은 계산 방식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같은 분석을 420번 되풀이했다. 열에 아홉꼴로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학력을 덜 좌우할수록 새로운 발명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균을 내면 새 기술이 14%가량 늘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123RF]


같은 변화라도 어떤 사회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효과의 크기가 달랐다.

효과가 가장 컸던 곳은 원래 부모 배경이 자녀 앞길을 강하게 가르던 사회였다. 잘사는 집 자녀는 앞서가고 못사는 집 자녀는 주저앉는 식으로 집안 출신이 거의 모든 걸 정하던 곳에서는 기회를 조금만 열어줘도 발명이 크게 늘었다.

반대로 집안과 상관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던 곳에서는 문을 더 넓혀도 새 기술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언뜻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 막혀 있던 곳에는 집안 탓에 재능을 펴보지 못한 사람이 그만큼 쌓여 있다.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 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새 기술을 만든다.

반대로 이미 길이 열려 있던 곳에는 숨겨진 재능이 남아 있지 않다. 없던 사람이 새로 생기지는 않으니 문을 더 넓혀도 나올 게 없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어디쯤 있나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를 한국에 대입해 보면 냉정한 현실이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력하면 자기 세대에 형편이 나아질 수 있다고 본 사람은 셋 중 한 명(29.1%)뿐이었다. 어렵다고 본 사람은 57.7%였다. 자식 대에서라도 나아질 거라는 기대(29.9%)보다 그마저 어렵다는 응답(54.1%)이 많았다.

배움이 사다리이던 시절도 흔들린다. 국가데이터처 집계로 2025년 사교육 참여율은 75.7%까지 올랐다. 지역별 참여율은 서울이 66.3%로 가장 높고, 서울 외 지역으로 갈수록 40%대를 넘지 못한다.

발명은 이미 한쪽에 쏠렸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등록된 특허 가운데 서울·경기 몫이 50.8%였다.

유럽 세대별 교육 불평등 수준. 세로축 값이 높을수록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자산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세대 간 이동성 저하(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구조)’를 의미한다. 가로축 값이 높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교육 기회나 학력의 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


연구팀은 이런 지역별 격차가 유럽에서도 뚜렷했다고 밝혔다. 유럽 대륙 중 발전이 많이 된 북서유럽의 경우 집안 출신이 앞길을 덜 가르고 발명이 많았던 반면, 낙후된 남유럽과 동유럽은 그 반대였다. 두 흐름의 차이는 40년이 지나도록 좁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격차가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출신이 앞길을 가르는 정도가 크게 갈렸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38/s41586-026-10736-9

논문 정보 : McNamara, S., Neidhfer, G. & Lehnert, P. Intergenerational mobility fosters innovation in Europe. Nature (2026).

참고자료 : 국가데이터처 ‘2025년 사회조사’, ‘2025 초중고사교육비조사’, 지식재산처 ‘2025 통계로 보는 특허동향’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