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 이슈에 정부 자원 집중, 환경감시 약화·기업 독성물질 배출 증가
![]() |
| 이나래 KAIST 교수.[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이민 이슈의 정치화가 정부의 제한된 규제 역량을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환경 집행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환경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KAIST는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와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 헬리 왕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국 전역의 이민 관련 입법과 환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으로 이민 이슈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수록 정부의 환경감독이 약화되고 기업의 독성물질 배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제도적 혼잡(Institutional Crowding)’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행정력과 예산은 무한하지 않다. 새로운 정치적 현안이 등장하면 정부의 관심과 자원이 그 분야에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환경 감독처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정책 분야의 집행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민 이슈를 사례로 분석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특정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정치적 의제 경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 |
| 이번 연구성과 모식도(AI 생성 이미지).[KAIST 제공] |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독성물질배출목록(Toxics Release Inventory, TRI)과 미국 각 주의 이민 관련 입법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전역 1만4390개 제조시설에서 수집된 총 8만2377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민 관련 법안이 한 건 증가할 때마다 제조시설 한 곳의 독성물질 배출량은 평균 약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장당 약 25kg의 독성물질이 추가 배출되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증가가 환경 규제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환경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오염 저감과 독성 폐기물 처리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울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부채가 많거나 재정 부담이 큰 주에서는 정치적 관심이 새로운 이슈로 쏠릴수록 환경감독이 더욱 약화됐다.
이나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정책뿐 아니라 공중보건, 노동안전, 교육 등 다른 정책 영역으로도 확장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정치적 의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기존 규제 집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전용 예산 확보, 독립적 집행 기관 운영 등 제도적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경영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매니지먼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