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사장도 “SK하이닉스 대박”…해외기업 미국상장 물꼬 트나

그리그즈 사장 “IPO·ADR 모두 상당한 모멘텀”

SK하이닉스 ADR 첫날 13% 상승 마감

추가 ADR 발행 가능성도 거론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열린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 참석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흥행이 다른 해외 기업의 미국 증시 입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논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대형 상장이 다른 해외 기업들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IPO 또는 ADR 판매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상장을 ‘대박’으로 표현했다.

ADR는 외국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예탁증서다. 이미 본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도 ADR를 통해 미국 투자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처럼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별도로 거래 기반을 넓히는 방식이다.

그리그즈 사장은 “우리는 ADR 형식의 상장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하고 있지만, 둘 다 상당한 모멘텀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둘 다’는 전통적인 IPO와 ADR 발행을 의미한다.

그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조달한 상위 기업 가운데 해외 기업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상장을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리그즈 사장은 잠재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공개 전 언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의 첫날 주가 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공모가 149달러에 대해 주관사인 JP모건이 상승 여력을 남겨둔 가격을 잘 설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거래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ADR은 첫 거래일인 10일 나스닥에서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168달러대에 마감했다. 공모가 149달러보다 약 13% 높은 수준이다. AP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를 발행해 265억달러를 조달했으며, 이는 미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진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주식 매각으로 평가된다.

미국 IPO 시장이 AI 열기를 타고 다시 커지고 있는 점도 SK하이닉스 상장 흥행과 맞물려 있다. AP통신은 르네상스캐피털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미국 IPO 조달액이 1048억달러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분기 규모였으며, AI 관련 수요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향후 추가 ADR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리그즈 사장은 기업들이 보통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며, 자사 주식이 어디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따져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전통적인 IPO보다 추가 ADR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F-6 서류를 통해 공모 물량의 10배 규모인 17억8000만주의 ADR 물량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발행 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물량을 예탁기관인 씨티은행에 맡겨 ADR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를 미리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미국 상장 흥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자본시장 접근성이 높아진 점은 향후 설비 투자와 기업가치 재평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상장 첫날 급등 이후 단기 차익실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시장의 관심은 SK하이닉스 ADR이 정식 티커로 거래된 이후에도 프리미엄을 유지할지, 또 다른 한국 대형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 논의로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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