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키운 미국 희토류, 한국·일본에 공급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있는 MP 머티리얼즈 희토류 광산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희토류 공급망 자립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생산된 희토류는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내 자석 제조 기반이 아직 취약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이미 희토류를 활용한 첨단 자석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산 희토류의 주요 수요처로 떠오른 것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P머티리얼스, 에너지퓨얼스, 피닉스테일링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고 생산한 희토류를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현실에서는 아시아 시장이 가장 큰 판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반도체, 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는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자석의 핵심 원료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과 서방은 공급망 다변화를 국가안보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희토류를 채굴하는 것과 이를 자석으로 가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산업이라고 지적한다. 희토류 전문 분석가인 토머스 크루머는 “현재 네오디뮴-철-붕소 자석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과 일본뿐”이라며 미국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실제 생산 능력에서도 차이가 크다. 희토류 컨설팅업체 JOC LLC의 존 오머로드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이 연간 1만~1만5000톤, 한국이 2000~3000톤을 생산하는 반면 미국의 생산량은 연간 1000톤 이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 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을 우선 공력하고 있다. 피닉스테일링스의 닉 마이어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고객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 기업”이라며 “미국 방산업체들이 서둘러 구매하지 않는다면 생산 물량은 모두 해외에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이 더 높은 가격을 더 빨리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에너지퓨얼스도 한국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정부로부터 조건부로 7억2500만달러를 지원받은 이 회사는 “조만간 한국으로 희토류 산화물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스 바푸 CEO는 “지난해 한국의 한 대형 제조업체가 자사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을 활용해 시험적으로 자석을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퓨얼스는 한국에 희토류 금속 생산시설을 보유한 호주 ASM 인수도 추진 중이다. 한국을 미국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인 MP머티리얼스 역시 핵심 사업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과 금속 대부분을 스미토모상사 미국법인을 통해 일본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일부 물량은 2026년 1분기 계약을 통해 미국의 한 기술·산업 기업에도 판매되고 있다.

MP머티리얼스는 과거 중국 성허리소스에 희토류를 판매했지만 미국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거래를 중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자석 생산 체제를 구축해 제너럴모터스(GM), 애플 등 미국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정부로부터 조건부로 5억달러를 지원받은 피닉스테일링스는 정부 지원금이 희토류 금속과 산화물 생산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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