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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최저임금이 ‘최저 생활 보장’이란 사회 안전망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외에도 서울시가 말하는 ‘디딤돌 소득’ 등 여러 정책들이 함께 병행돼야 최저임금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석희 기자] |
2018·2019년 두자릿수 인상, 속도가 문제였다
“EITC·서울시 디딤돌소득 등 보완책 함께 가야”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매해 6월~7월은 최저임금 논쟁이 가장 뜨거운 달이다. 전국 2200만명 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하한선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년 간 반복된 협상은 관성이 붙었다. 사용자는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동결’을 제안치로 제시하고, 노동자측은 깎일 것을 염두에 둬 ‘부풀려 올려치기’를 반복한다. 법정 시한(6월 29일)은 매년 넘긴 것도 관성이 붙어서다.
주목할 부분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영향을 크게 받지만 작은 목소리도 내기 어려운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 바로 소규모 자영업자다.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흔히 대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싸움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을과 을의 싸움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폐업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연구로 최근 학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 교수가 자영업 폐업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택한 이유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수성에 있다. 그는 “그동안 최저임금 연구는 대부분 임금근로자의 고용 효과에 집중돼 있었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6%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거친 선진국인데도 자영업 비중이 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다”며 “이 집단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시기는 2018·2019년이다. 이 시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배경에는 특정 정당의 정책이라기보다는 2017년 대선 국면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시점의 차이는 있었지만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통적으로 공약했다”며 “이 문제를 특정 정파의 색깔로 나누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오르며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연평균 5.2%), 박근혜 정부(연평균 7.4%)와 비교해 확연히 빠른 속도였다.
안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사업 종료 확률은 2.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사업 기간이 3년 미만인 자영업자의 경우 이 확률이 8.4%포인트까지 뛰었다. 안 교수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방향성”이라며 “폐업 위험이 영업 기간이 짧고 소득 수준이 낮은 자영업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소득이 임금근로자 평균 소득보다 낮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눠 비교했을 때도 소득 하위 집단에서 폐업이 두드러지게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은 미국 학계의 오랜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교수와 데이비드 뉴마크 UC어바인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상반된 실증 결과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왔다.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연구로 202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안 교수는 “카드 교수 본인도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재분배의 만능 해법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하버드경영대학원 다라 리 루카·마이클 루카 교수가 옐프 리뷰 데이터를 활용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식당 3만5000여곳을 8년간 추적한 연구도 있다. 이 연구는 평점이 낮은 식당일수록 최저임금 인상 이후 폐업 확률이 높아졌고 평점이 높은 식당은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결과를 내놨다.
다만 안 교수는 이런 ‘선택적 퇴출’ 해석을 한국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를 두고 ‘망할 곳이 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들 상당수는 명예퇴직이나 고용 불안정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고 시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을과 을의 싸움에 가깝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로서 안 교수는 당시 상황을 복잡한 감정으로 돌아봤다. 그는 “최저임금이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면서도 “그 이면에는 준비되지 않은 채 충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같은 인상 폭을 5년에 걸쳐 나눠 적용했다면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연구가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근거로 읽히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최저임금제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일 뿐, 그것만으로 저소득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근로장려세제(EITC)나 서울시 디딤돌소득처럼 소득을 보완하는 다른 정책 수단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폐업한 자영업자가 재취업이 아닌 비취업 상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직 지원이나 준비된 창업을 돕는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2027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1만30원) 대비 2.9% 오르는 데 그쳤으며 이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결과다. 안 교수는 “업종별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크게 다른 만큼 최저 기준선을 낮게 설정하고 업종별 여건에 따라 위로 조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여건에서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