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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김주형. [사진=DP월드투어]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우승이 확정된 순간 “컴온!”을 외쳤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단숨에 복받쳐 오른 순간이었다. PGA 투어에서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정확히 1001일 만에 맛보는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다.
김주형은 1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버윅의 르네상스 클럽(파70·728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는 무결점 플레이로 최종 합계 17언더파 263타를 기록해 호주 교포 이민우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김주형은 이로써 지난 2023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 이후 33개월간 이어진 우승 갈증을 해소하며 투어 통산 4승째를 거뒀다. 한국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김주형이 처음이다.
김주형은 우승 인터뷰에서 “마지막 퍼트를 성공시키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 2023년 10월 우승 이후 이번 우승까지의 33개월은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며 “너무 이른 성공 이후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압박감 때문에 어드레스를 서면 몸이 굳어버리는 증상까지 겪었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었다. 그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에 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이어 “이 대회는 내 골프 인생에서 ‘약속의 땅’이다. 2022년 초청 선수로 출전해 3위를 기록하며 PGA 투어로 직행하는 발판을 마련했던 곳”이라며 “나의 시작점과 같은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부활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타이틀 스폰서인 현대차와 응원해 주신 한국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주형은 세번째 우승 후 긴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한국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안병훈에게 패한 후 찾아온 슬럼프였다. 지난달 열린 US오픈에서 단독 3위에 오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긴 했으나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모습 뒤에 가려진 감정적인 부담감은 결국 이날 눈물로 터져 나왔다.
김주형은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역사에 남을 몇 가지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우승으로 통산 상금 2000만 달러(약 276억 원)를 돌파했다. 그리고 역대 네 번째로 25세 이전에 PGA 투어 4승을 달성한 비미국인 선수가 되었다.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뿐이다.
김주형에게 지난해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톱10’ 진입은 한 번에 그쳤고 경기 감각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21세의 나이에 이미 PGA 투어 3승을 거두며 주목받았기에 부진의 골은 더 깊어 보였다. 2022년 윈덤 챔피언십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고도 우승을 차지했던 당시의 폭발적인 기량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전환점은 지난달 US 오픈이었다. 김주형은 대회 내내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 끝에 단독 3위에 올랐다. 우승자인 윈덤 클락(미국)과의 격차는 있었으나 오랜만에 우승 경쟁에 합류하며 부활의 신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김주형은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보기프리 라운드를 했다. 승부처는 이틀 동안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파4 홀인 16번 홀이었다. 김주형은 203야드를 남겨두고 친 아이언 샷을 홀 1.8m에 붙이며 결정적인 버디를 잡아냈다. 김주형은 경기 후 “16번 홀에서 친 두 번째 샷은 내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잘 친 샷 중 하나일 것이다. 확실하게 기억에 남을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이번 우승은 김주형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큰 승리로 보인다. 오랜 압박감을 털어낸 만큼 향후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다소 자만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프로 골프계의 부침을 몸소 겪으며 성숙해진 점이 이번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김주형은 “그동안 많은 ‘겸손함의 쓴맛(humble pie)’을 보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고 여전히 성장하고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하지만 이번 우승만큼은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내 곁을 지켜주고, 함께 고생하고, 또 함께 기뻐해 준 분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출전한 김시우는 마지막 날 4언더파를 추가해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로 빅토르 페레즈(프랑스)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