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은 속초의 무명화가인 송모 작가가 “2009년부터 8년간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려주었다”고 주장하면서논란에 휩싸였다.
조영남은 송 모 작가의 폭로로 이미 두가지 면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하나는 조수로 두었던 무명화가가 그림을 그려주면 조영남이 약간 손을 봐 서명을 하고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팔았다는 양심 불량 작가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1점당 송 작가에게 10만원 안팎의 돈밖에 주지 않고 착취하는 악덕업자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조영남과 그의 매니저는 “조수를 기용해 도움을받은 건 인정한다. 하지만 300여점은 터무니 없는 수치”라면서 “내 그림의 모든 컨셉트는 내가 창안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조영남측은 이어 “송 작가가 뉴욕에서 활동하다 사정이 힘들어져 귀국했을때 조영남 씨의 집에 살기도 했다. 송 작가는 채색을 특히 잘해, 조영남이 그린 그림의 여백에 칠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조영남이 조수를 기용한 사실이 아니라 예술의 가장 큰 가치이기도 한 창의성 부분이다. 특히 현대 팝아트는 조수를 두고 작업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이 각각 몇 %의 작업에 관여했느냐가 아닌, 작품의 아이디어와 컨셉이 누구에게서 나왔느냐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판가름난다. 이걸 법으로 가린다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도 검찰(춘천지검 속초지청)이 송모 작가의 말만 듣고 조 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성급했다고 볼 수 있다. 송 모 작가가 그려준 작품들이 고가에판매돼 사기죄 성립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조영남은 도주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전 미술 전문가들에게 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게 순서다.
검찰의 압수수색만으로도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 조영남에게는 큰 타격이 가해졌다. 조영남이 평소 호감연예인이 아니다 보니 이번 사안으로 더욱 뭇매를 맞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그가 진행하던 MBC 표준 FM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당분간 빠지고 이상우 등이 대타 DJ로 나와 진행을 한다.
물론 조영남이 평소 자신의 작품이 조수를 기용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지 못하고, 조수와의 원활한 소통을 못한데 대해서는 일부 책임이 있다.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조영남 대작 스캔들을 보면서 논란만 있고 결과는 없는 상황이 또 반복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수록 한쪽 말만 듣고 몰고가기보다는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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