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한 고등학생(늑대의 유혹), ‘취준’하는 알바생(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 ‘한때’의 유망주(꽃미남 라면가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딸(호박꽃 순정)…. 조금은 ‘짠내’ 나는 캐릭터를 유달리 자주 맡아오던 배우 이청아(32ㆍ사진). 그에게서 이제는 ‘쿨내’가 난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연기한 설희는 위풍당당한 커리어 우먼이고, 마음에 남겨뒀던 첫사랑(류준열)이 그의 새 사랑(황정음)을 찾아 떠날 때 ‘쿨하게’ 힘을 보태주는 신세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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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당차고 쿨한 커리어우먼으로 분한 이청아를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그동안 연기했던 인물과는 다르고 ‘나한테 없던 이미지인데’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연기하고 보니 ‘나도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겨울, 올봄, 올여름 쉴새 없이 달렸다. 드라마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E채널), ‘뱀파이어 탐정’(OCN), ‘운빨로맨스’ 까지, 드라마가 계속해서 맞물려 넘어왔다. ‘뱀파이어 탐정’ 마지막 촬영 바로 다음 날 ‘운빨로맨스’ 촬영을 시작했다. “이청아가 여기서도 나오네?” 시청자들에게 이 말을 들을까 노심초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석 달 가까이 설희로 살며 배운 것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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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당차고 쿨한 커리어우먼으로 분한 이청아를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설희는 매사에 자신감 넘치고, 남들이 나를 안 좋아할지언정 자신은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남 눈치도 안 보고,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요. 반대로 이청아는 걱정이 되게 많은 사람이에요. 남에게 착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두고두고 후회한단 말이죠.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가 좋지 않아요. 그런데 설희한테는 제가 배우고 싶은 모습들이 있었던 거죠. ‘아 나도 이렇게 살면 시원시원했을 텐데, 나도 나한테 후한 점수를 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는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데뷔하고 2004년 ‘늑대의 유혹’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얼굴을 알렸다. 벌써 15년 가까이 연기한 그는 주어진 배역으로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사회적인 스킬이나 인생관을 배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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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당차고 쿨한 커리어우먼으로 분한 이청아를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꽃미남 라면가게’ 했을 때요. 그 드라마 하면서 화내는 법을 배웠거든요. 욱하는 캐릭터였어요. ‘적절히 화를 한 번 내면 일이 이렇게 빨리 해결되는구나’ 하는 걸 배웠어요 그때.”
그는 “그래서 배우가 ‘진짜 되게’ 좋은 직업이에요”라며 웃었다.
“살면서 우리가 정신분열 환자도 아니고, 매번 다르게 살 수가 없는데…. 내가 몰라서 안 했던 것들 있잖아요. 매번 다른 캐릭터를 하다 보면 제 삶에서 넘을 수 없던 벽을 어느 순간 정말 쉽게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제 인생의 강박과 결점들을, 캐릭터 하나하나, 게임 깨듯이 극복해가는 것 같아요.”
‘운빨로맨스’에서의 역할이 처음엔 ‘악녀’인 줄 알았지만, 마무리는 ‘쿨녀’였다면서 만족한다고도 했다. 또 줄곧 주연을 도맡아오던 그이지만 ‘운빨로맨스’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정말 어려웠어요. 주인공이면 제가 잡아가는 톤이 곧 드라마의 톤이 되고, 또 극이 어떻게 흘러갈지 제일 먼저 아는 것도 주인공이잖아요. 그런데 조연의 역할은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도와주는 거죠. 제가 해야 되는 일이 있고, 적게 나오니까 조금만 실수하면 제 캐릭터가 흔들리기도 하고, 한 씬만 날아가도 쌓아올려 둔 캐릭터에 구멍이 뻥 뚫려버리는 것 같고요. 여태까지 긴 호흡을 연결하는 것만 하다 보니 ‘타당성’을 따지느라 고생했어요. 그래도 뒤로 가면서 적응해서 재밌게 연기했죠.”
30대로 접어들어 이청아는 “덜 조심스럽기로 했다”고 말했다. “뭔가를 새로 하면 큰일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내가 머릿속에서 키운 공포는 머릿속에 있을 때 제일 크구나, 이걸 깨달았어요.”
“공공질서 어기는 것,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는 그는 ‘도덕관념 없는, 나쁜’ 역할은 드라마나 영화 속 배역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는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은데 제 성격이 크게 변하진 않아요. 그냥 이렇게 살 것 같아요. 그런데 도덕관념이 없거나 나쁜 역할은 배역이 아니면 할 수 없어요. 정말 해 보고 싶어요.”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해빙’이 그의 다음 작품이다. 조진웅, 김대명, 신구 등과 함께 출연했다.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해빙’에서의 역할도 새롭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요. 거기서도 마냥 선한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그 애야말로 도덕관념이 조금도 없는 친구인데요. (웃음) 재미있게 찍었으니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