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내가 끝났다고?’ 5년만에 부활한 데이

한국인들이 무척이나 사랑하는 호주 출신 제이슨 데이는 무려 5년 만에 PGA투어 대회를 우승했다. 지난 15일에 끝난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다. 그것도 마지막날 보기프리 8언더파를 치며 1타 차로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인으로서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김시우에겐 너무도 아까운 1타였지만, 제이슨 데이에겐 기적같은 우승이었다. 전 주에 예선 탈락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으니 말이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제이슨 데이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무척 기쁘다고 했지만, 살짝 얼떨떨한 듯한 표정이었다. 전 세계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는 거의 골프를 포기할 지경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너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골프는 잘 될 때보다 안될 때가 더 많다. 잰더 쇼플리는 골프가 우승자 1명에 100여명의 패배자들을 가진 스포츠라고 말했다. 결국은 인내의 싸움이고, 자기를 믿을 때 결과가 나온다. 제이슨 데이는 십여년 전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충고가 있다면 뭘까라는 질문에 인내하고 과정을 즐기라고 말했다. 우승은 결과일 뿐이고 늘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주위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며 함께 길을 가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노승열의 1라운드 성적이다. 그는 보기 없이 11언더파를 기록하며 1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렸다. 자신의 PGA투어 최저타 기록이다. 비록 최종 결과는 공동 74위로 마쳤지만 그는 간만에 놀라운 몰아치기 능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노승열은 2017년에서 2019년까지 군 복무를 마친 후 PGA투어에 복귀해 고군분투 중이다. 잃어버린 경기 감각을 살리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아서 무척 힘겨워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PGA투어에서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성과가 보이는 부분이다. 그 경험을 통해 본인이 더 자신감을 얻고 대회를 뛸 수 있기를 바란다.

돌아보면 많은 위대한 선수들은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나서 더 좋은 성과를 낸 부분이 많았다. 늘 언제나 끝까지 좋았던 선수는 없었다. 모두가 추앙하는 김연아도, 타이거 우즈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부상과 사고에 그들의 커리어는 끝났다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들은 보란듯이 성공했다. 제이슨 데이 역시 갑작스럽게 우승권에서 사라지면서 예선 탈락자 명단에 이름이 많이 올랐을 때 사람들은 그의 시대는 갔다고 했다. 하지만, 35세의 나이에 그는 13번째 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그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봐서 기쁘다.

〈KL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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