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운명의 한주를 맞이했다. 이번주 나오는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 1심 선고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경영 활동의 발목을 잡은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26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긴 건 벌써 3년4개월째다. 그동안 재판은 106차례 열렸고,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주요 일정으로 불가피했을 때를 제외하고 95차례 법정에 섰다.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한 것으로, 앞서 국정농단 재판까지 감안하면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이번 이 회장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검찰의 기소 전제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은 부정하지 않았고, 사업이나 지배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주주의 이익에 부합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도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아버지의 병환 뒤 3번의 영장 심사와 1년 6개월의 수감생활 등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다”며 “저의 지분을 늘리려고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 가운데 있다”며 “저의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덧붙였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이번주 1심 선고에서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수준으로 형이 결정되면 피고인 모두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 선고를 내릴 경우 이 회장의 경영 활동 제약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실형 선고가 이뤄질 경우 이 회장의 경영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도 등기이사 복귀는 하지 않았는데, 이는 여전히 남은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이다. 이 때문에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본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 불기소로 결론이 났는데, 검찰이 이를 뒤집고 기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계산해 합병을 했기에 위법·불법 사항은 없다. 특히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큰 역할이 기대되는 만큼 재판부에서도 정상을 참작할 것으로 본다. 외국에서도 기업인이 배임죄나 제3자 뇌물죄로 형사처벌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