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내부 소식 전하며 ‘괴뢰한국’ 표현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북한이 한국을 최근 ‘괴뢰한국’으로 자주 부르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괴뢰한국의 한 양심수후원회가 17일 결의문을 발표해 각계가 반미반전 투쟁에 힘차게 떨쳐나설 것을 호소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괴뢰한국’이라는 표현은 이달 들어 북한 매체들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전엔 2011년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한 차례 썼을 뿐이다.

노동신문이 지난 3일 기사 두 건에 괴뢰한국 표현을 쓴 이래 주로 한국 내부 상황을 전하는 기사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남측을 주로 ‘남조선’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난해 7월께부터 남조선이라는 표현이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노동신문 등 공식 관영매체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즈음 나온 표현이 ‘대한민국’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 김여정이 작년 7월 담화에서 연일 “대한민국”을 성토했다.

이때 강조의 의미를 담는 용도인 ‘겹화살괄호’(《》)를 대한민국 앞뒤에 붙임으로써 특정한 의도를 담은 표현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있었던 한국의 경기 소식을 중계한 조선중앙TV 화면의 자막에 한국을 그저 ‘괴뢰’라고만 표기하는 일도 있었다.

괴뢰 호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체육 경기에서 남조선 대신 괴뢰로 표기한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북한과 같은 뿌리라는 인식을 주는 남조선 대신 정식 국호를 쓰거나, 아예 모든 국호를 지워버리는 일이 이어지자 김정은 정권의 대남 인식에 ‘국가 대 국가’라는 관점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분석은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발언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그간 ‘대한민국’과 ‘괴뢰’가 혼용돼 사용되더니 최근 ‘괴뢰한국’을 필두로 ‘괴뢰’와 ‘대한민국’을 섞은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는 모양새다.

김정은이 지난 9일 공개된 건군절 축하 연설에서 쓴 “한국괴뢰”를 비롯해 “괴뢰대한민국”, “대한민국괴뢰” 등 파생형들이 있다.

괴뢰(傀儡)는 꼭두각시놀음의 여러 인형을 뜻하며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 제국주의의 꼭두각시’라는 억지 주장을 강조하고자 괴뢰 표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괴뢰에 대한민국을 축약해서 붙여 사용하는 모습”이라며 “최고지도자가 그런 표현을 쓴 것으로 볼 때 단어를 그렇게 통일하자는 결정이 당 중앙 차원에서 내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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