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방송악단, 한국 등 亞투어
조성진 “내년 현대음악 초연 기대”
지휘자 사이먼 래틀(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9일 ‘사이먼 래틀 경 &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조)성진은 칭찬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도 칭찬 알레르기가 보이지만, 그래도 칭찬하고 싶다. 그는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에게만 느낄 수 있는 연주를 한다.” (사이먼 래틀)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아시아 투어에서 조성진을 유일한 협연자로 선정, 한국을 비롯해 일본(6회), 대만(4회)으로 투어를 연다. 래틀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베를린필(2017년), 런던심포니(2022년)에 이어 이번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경우 6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그는 19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각기 다른 오케스트라와 투어를 했는데 그 때마다 솔리스트는 조성진 한 명이었다”며 “조성진은 우리가 가진 철학과 맞는 솔리스트로,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그를 유일한 협연자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 베베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등을 들려준다. 일본과 대만에서 이어질 공연에선 더 다양한 곡이 포함될 예정이다. 래틀은 조성진에 대해 “그만큼의 다양성을 함께 할 수 있는 연주자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첫 날인 20일 연주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최근 뮌헨에서 연주를 마친 곡이다. 조성진은 이 곡에 대해 “이 곡은 거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고, 열정적이고 젊은 1번 협주곡과 달리 따뜻하고 교향악적”이라며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곡이지만, 음악이 너무나 뛰어나 연주 동안엔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주를 마치면 아무 것도 못할 만큼 진이 빠진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래틀은 이에 대해 “성진이 이 곡을 교향악적이라고 한 것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마치 테니스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며 “공을 서로에게 넘기는데 서브가 너무 빠르면 받을 수가 없기에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공을 잘 주고 받듯이 연주해야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자연스러운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는 드물다고 한다. 래틀은 “성진과 연주할 땐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의 연주는 단순하면서도 음악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래틀은 세계 최정상 악단을 모두 이끈 명실상부 세계적인 지휘 거장이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16년간 상임 지휘자를 지냈고, 지난해까지 런던심포니를 이끌었다. 그에게 베를린 필하모닉이 강렬한 색채의 악단이라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악단이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아시아 투어를 이어갈 조성진은 “긴 투어를 할 때는 체력이 중요하다”며 “뮌헨에서 함께 연주를 했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곡(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임에도 오케스트라와 마에스트로가 너무 훌륭해 힘든 것도 잊었다. 이번 투어를 위해 준비한 것은 음악 뿐”이라고 말했다.
올 한 해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아의 상주 아티스트로 선정, 지난 9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올해는 제게 특별한 해였던 것 같다. 나이 앞자리가 바뀌어서 서른이 됐다. 20대 때는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돼 보니 20대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연주 활동을 할 것 같다. 현대음악을 초연하는 계획도 있어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