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조기퇴진 생각 없는 것 확인”
자율투표 촉구…“직에 연연 안 해”
與 탄핵 찬성 의원 6명, 통과 유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대통령이 조기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라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더 이상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 이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이라며 “그것(탄핵)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오르는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책임을 지고 사퇴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후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답답함을 드렸다. 죄송하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최근 대통령이 우리 당의 요구와 본인의 일임에 따라서 논의 중인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이번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계엄 선포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대통령을 포함해 위헌·위법한 계엄에 관여한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탄핵보다 더 신속하고, 더 예측가능성이 있고,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라는 국민과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만 역부족이었다”라며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 운영에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다음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서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라며 “저는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탄핵안이 통과되면 당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를 검토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며 사퇴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처음부터 역시 그런 생각으로 일해왔는데, 어떤 것이 진짜 책임감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라며 “진짜 책임감 보이는 게 어떤 것인지 제가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한 대표가 탄핵안에 대한 명시적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요건에도 맞지 않는 위법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라는 입장을 내놨고, 이후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 석상에서 “윤 대통령 탈당(4일)”,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5일)”,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6일)”,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7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국민공동담화를 통해 밝힌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7~8일)” 이후에는 공개 발언을 아껴 왔다.
한 대표는 ‘입장이 너무 많이 바뀌는 것 아니냐’란 지적에 대해 “제 입장은 계엄 선포 이후부터 바뀐 적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이 나은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국민께 답답함 드린 것 같다”고 했다. 재차 사과한 한 대표는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한 대표의 입장 표명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여론과 사실상 폐기 수순에 놓인 조기퇴진 로드맵, 계엄 사태 이후에도 ‘당론 반대’를 주장하는 친윤(친윤석열)·중진그룹, 친한(친한동훈)·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찬성·소신투표 기류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 반대’ 및 ‘표결 불참’ 당론을 정했고, 이는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투표 불성립’ 사태를 낳으며 여론의 역풍으로 이어졌다. 당 정국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제시한 ‘2~3월 하야→4~5월 조기대선’ 로드맵은 친윤계 반대와 윤 대통령의 비협조 의사 확인으로 무산됐다. 친한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14일 이전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 대표는 전날 오후 당대표실에서 친한계 의원 10여명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당시 “다음 표결 때는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지도부 인사는 “(친한계가 하나의 의견으로) 집단적으로 하기보다, 각자 자율투표를 하자는 것”이라며 “집단으로 갈 필요도 없다. (통과에 필요한) 8표는 금방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안철수(4선·경기 성남분당갑) 조경태(6선·부산 사하을) 김상욱(초선·울산 남갑) 김예지(초선·비례) 김재섭(초선·서울 도봉갑)·진종오(초선·비례) 의원으로 총 6명이다. 탄핵안의 가결정족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으로, 국민의힘(108석)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통과된다. 찬반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론과 별개로 14일 표결에 참석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 여론 때문이라도 본회의장에 안 들어갈 순 없을 것 같다”라며 “무기명 투표니까 일단 들어가서 찬성이든 반대든 각자 소신에 맡기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에 대해선 “저희 당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고 했다. 그는 향후 윤 대통령과 추가 면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지금 어떤 협상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