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거래액도 11조원대로 ‘뚝’
국내 증시를 향했던 개인 투자자의 수급이 ‘동학개미운동’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때 70%대에 육박했던 코스피 거래액(매도액+매수액) 중 개인 투자자의 몫은 이달 들어 40%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올여름 18조원을 바라봤던 ‘동학개미’의 일평균 코스피 거래액도 12조원 선이 무너졌다.
국장을 떠난 개미들의 자금이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외 증시를 향해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코스피 일평균 거래액의 3분의 1 수준까지 커진 모양새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정치 불안 리스크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 경제의 동력 저하에 따른 국내 증시 펀더멘털 약화에 대한 우려까지 연일 커지며 개미들의 ‘국장 탈출’ 현상이 심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월별 코스피 거래액 중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해 분석했다. 이 결과 올해 12월 집계된 해당 수치는 43.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12월 기록한 43.36% 이후 정확히 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지난 16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2500.32포인트로 2500 고지에 잠시 복귀하는 데 성공했지만, 종가 기준으론 16~17일 이틀 연속 하락하며 전날 종가 기준 2456.81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2거래일간 코스피에서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각각 1조1394억원, 1096억원 순매도세를 보였다. 개인 투자자가 1조760억원 순매수세로 대응했지만, 지수를 방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시작됐던 ‘동학개미운동’ 이후 국내 증시에선 개인 투자자가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확연히 커졌단 평가를 전문가들이 내놓는다.
월별 코스피 거래액 중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지난 2020년 3월 50.04%로 절반 수준을 넘어선 이후 한 달 만에 62.86%로 60% 선까지 돌파했다. 2020년 7월엔 67.14%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2021년에도 6월 65.11%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월별 코스피 거래액 중 개인 투자자 비율은 그해 8월 60.50%를 끝으로 60%대 아래로 내려왔다.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월별 일평균 거래액을 분석했을 때도 12월 들어 줄어든 모습이 확연히 나타난다. 해당 수치가 11조9195억원으로 지난 1월(11조9061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11조원 대로 내려앉으면서다.
앞서 코스피 지수가 호조를 보였던 올해 2~8월엔 월별 개인 일평균 거래액은 최소 14조941억원(2월)에서 최대 17조5355억원(6월)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 8월 5일 증시가 대폭락했던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 이후 국내 증시 회복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단 평가가 이어졌던 지난 9~11월엔 월별 개인 일평균 코스피 거래액이 12조원 대로 뚝 떨어졌다.
올해 들어 전날 종가까지 코스피 지수는 7.47%(2655.28→2456.81) 하락했다. 미국 S&P500(+27.57%)·나스닥(+36.19%), 일본 닛케이225(+18.25%), 홍콩 항셍(+17.34%), 독일 DAX(20.73%), 범(凡)유럽 유로스톡스50(+9.52%) 지수 등 글로벌 주요 지수 대비 코스피 지수가 확연히 ‘소외’되며 개인 투자자의 외면도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단 평가를 받은 데 이어 레거시(범용) 반도체 업황 위축에 따른 수익성 우려가 커지며 ‘4만전자(삼성전자 주가 4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코스피 지수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동학개미’가 ‘서학개미’, ‘일학개미’, ‘중학개미’로 빠르게 변신하는 현상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 상단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 가능성은 약해졌지만, 미국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은 원/달러 환율의 하단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