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의무화 철회”…이차전지 제조기업 ‘된서리’

취임사서 언급…우하향 지속 우려
IRA 일부폐기…산업계 타격 불가피
‘관세’ 부과 빠져 車·鐵 한숨돌려
“트럼프2기, 무역적자국 압박 여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하면서 그동안 국내 증시에 대한 트럼프 발(發) ‘한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기차 관련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차전지 섹터는 취임 첫날부터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보편 관세’ 언급이나 행정 명령을 통한 직접적인 ‘관세’ 부과는 없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후속 조치는 시간 문제란 평가가 나오며 대표적인 대미(對美) 흑자 섹터인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 섹터 등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저격에 먹구름 낀 이차전지=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통해 국내 증시 가운데 먹구름이 드리운 가장 대표적인 섹터는 이차전지로 꼽힌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그린 뉴딜’로 불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종료하겠다면서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정부에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없으며 다만,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구매 시 세액 공제 등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폐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일부 조항 폐지에 서명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왔던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현지 공장 구축 등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현대자동차·기아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량 등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의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말 미국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는 등 친환경 차종의 다양화로 적극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원가절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시장 개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지속에 따른 업황 둔화 속에서 트럼프 리스크란 악재를 맞이한 만큼 국내 이차전지주의 향후 주가 흐름엔 하방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전날 종가까지 주요 10개 이차전지주(LG에너지솔루션·삼성SDI·LG화학·포스코퓨처엠·POSCO홀딩스·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엘앤에프·SK이노베이션)의 시총 합산액은 35조6598억원(241조8939억→206조2343억원) 감소했다. 해당 기간 중 SK E&S와 합병 이슈가 있었던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9개 종목의 시총 감소 폭은 43조8493억원(230조5397억→186조6904억원)에 이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비록 예상된 것일지라도, 임기 시작과 동시에 특정해 시작됐다는 점은 이차전지주엔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숨 돌린 ‘관세’ 압박…“향후 충격 대비 要”=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동차·철강주 등 피해를 볼 것으로 여겨졌던 대표적인 섹터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대신 미국의 무역적자 및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는 지시를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가 행정명령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유럽 증시를 강세로 만들고, 원/달러 환율도 1440원대를 밑돌게 만드는 등 안도감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진행 과정에 따라 부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가격들을 되돌리는 기회가 생성될 수 있다”며 “트럼프의 행정 명령상 관세 미포함 소식, 유럽증시에서의 자동차주 강세, 환율 급락 등이 오늘 국내 증시에서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S증권 투자전략팀은 “예상보다 약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관세 관련 발언은 한국에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기존 트럼프 트레이드 움직임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수출 우려가 있던 영역들의 회복도 점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분명하게 “무역 시스템 점검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미국)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향후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 주요 대미 흑자국이란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단 평가가 이어진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신정부가 주요 무역 적자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당연히 남아있다”고 짚었고,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에 대해 관세 조치가 취해진다면 자동차처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분야에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섹터는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의 약 60%를 차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사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호를 천명한 만큼, 관세 압박이 가해질 경우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자동차주엔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주 역시 향후 부과될 ‘보편 관세’에 더해 ‘탄소세’ 도입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철강 물량을 2015∼2017년 3년간의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로 축소하면서, 현재 한국은 263만t의 철강 수출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이 쿼터 적용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부과된다면 철강 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동윤·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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