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요? 공사비 비싸서 못해요”…‘공급절벽’은 돈 때문이었다

정비사업 병목, 속도가 아니라 ‘사업성’이 문제
분담금 폭탄·대출 제한·주민갈등이 공급 막아
“서울 주택공급, 정비사업 외엔 답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주거사다리정상화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진행한 모습. [연합뉴스]


“신속통합기획이 빠른 사업이라는 오해가 가장 큰 병목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사업성입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주거사다리정상화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서울 주택공급 지연의 원인을 두고 정비업계·학계·지자체가 ‘사업성 회복의 필요성’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최근 ‘정비사업 병목’ 논란이 행정 절차 문제로만 흐르는 데 대해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윤혁경 스페이스소울 대표는 정비사업이 실제 착공까지 최소 3~4년, 평균 5~6년 이상 걸리는 이유를 “절차가 아니라 사업성 붕괴”로 규정했다.

윤 대표는 “평당 공사비가 5년 전 400만~500만원 수준에서 현재 800만~1000만원으로 뛰었다. 강남도 1000만원, 강북도 1000만원인 현실에서 분양가는 강북이 강남을 못 따라간다”며 “추정 분담금이 10억까지 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이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주 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주4.5일제 등으로 공사 기간이 36개월에서 42개월로 늘었고, 이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가 사업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공공 기여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숙 리얼플랜컨설팅 대표도 정비사업 병목이 행정 절차 지연보다는 ‘다수 이해관계자 갈등과 사업성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정비계획 단계에서는 분쟁률이 낮지만, 조합 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단계에서 분쟁이 집중된다”며 “주민 기대 가치가 높은 상황에서 불안정한 공급 구조와 정책 변동성이 반복돼 사업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남 교수는 중앙정부 중심의 수요억제 정책을 비판하며 “주택정책은 지방정부 권한이 맞다. 수요억제는 공급 부족 때문에 생긴 시한폭탄 같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은 글로벌 도시이고 모두가 ‘똘똘한 한 채’를 원한다. 정비사업 외에 답이 없다”며 공급 정상화를 촉구했다.

서울시 역시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이 행정 병목이 아니라 시장 환경의 급변이라고 강조했다. 명노준 서울시 건축기획관은 “서울시 건축심의는 평균 32일, 정비계획 심의는 84일로 단축됐고 가결률도 97%”라며 “심의가 병목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문제는 사업성이며 분담금 부담 때문에 조합원 동의가 무너지는 현실이 속도를 막는다”고 말했다. 이어 11·9 대출규제 이후 다주택 조합원의 동의 이탈 가능성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량진의 경우 조합원의 65%가 다주택자인데, 이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착공이 불가능하다”며 “속도 문제는 심의가 아니라 금융규제와 사업성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비업계는 공사비 상승과 정책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공공기여 조정, 임대매입 가격 현실화, 기반 시설 설치비 지원, 장기모기지 도입,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정 등을 요구했다. 윤 대표는 “사업성 회복 없이는 어떤 대책도 성공할 수 없다. 공급이 안 되면 가격불안 반복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비사업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할지도 논쟁이 됐다. 이에 대해 학계와 서울시는 “속도 개선과 권한 이양은 별개의 문제”라며 신중론을 폈다. 서울시는 “위원회 운영 확대와 인력 보강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권한 갈등으로 풀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