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제재에 K-조선 어부지리?…유조선 발주 증가 기대감

영국 해운 데이터 전문 기관 분석 “그림자 선단 921척 더 제재 가능”

노후 탱커 활용하는 그림자 선단…미국 제재 더해져 탱커 ‘공급난’ 심화

작년 주력 선종으로 떠오른 탱커 올해도 대규모 수주 이어갈 듯

미 해안경비대가 추적하기 시작하자, 카리브해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탱커 ‘마리네라’ [로이터=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베네수엘라와 ‘마약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일명 ‘그림자 선박’ 제재에서 비롯된 유조선(탱커) 공급난이 국내 조선사들의 대거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美 베네수엘라 제재에 몸값 높아진 ‘탱커’

13일 영국 해운 정보 서비스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그림자 선박 1423척 중,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제재할 수 있는 선박은 921척에 달한다. 최근 미국이 전방위 제재에 나선 일명 그림자 선박은 국제 재재 대상 국가가 석유를 밀거래할 때 이용하는 선박을 이른다. 주로 오래된 탱커를 활용하며 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추적을 회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와 연관된 그림자 선단을 연달아 제재하고 나섰다. 미국 제재는 현재 전 세계적인 탱커 공급난으로 이어진 상태다. 로이터는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한 일부 선박이 제재를 받으면서 가용 선박 공급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 제재의 표면적인 이유는 마약 암시장을 키워온 베네수엘라 정부 압박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가간 이권 다툼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림자 선단 제재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석유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베네수엘라로부터 저가에 원유를 수급해온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노후선 교체 사이클에 국제 정세 맞물려 공급난 심화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셔틀탱커. [삼성중공업 제공]

업계에선 이같은 국제 정세를 감안해 탱커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며 글로벌 선사들의 탱커 발주가 올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림자 선대의 활용 제약과, 이들의 정규 탱커 시장 편입은 결국 노후선대 폐선을 가져올 것”이라며 “또한 베네수엘라에서 수출되던 원유의 목적지와 운항노선이 변화하면서 운송거리가 길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선주사들의 탱커 구매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래된 탱커 처분이 늘어나 물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제재 여파로 원유 운송 거리가 길어져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탱커는 최근 교체 주기 사이클이 돌아온 선종이기도 하다. 앞으로 새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탱커는 글로벌 선사들이 보유한 물량의 절반에 달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908대 중 40%(367대), 중대형 수에즈막스급 689대 중 40%(273대), 소형 아프라막스급 1194대 중 48%(572대)는 만든 지 15년 이상 된 노후선이다.

노후 탱커를 교체하기 위한 신규 발주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도 굵직한 실적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1월 북미 선주로부터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같은달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이를 포함, 조선 3사가 지난해 수주한 탱커는 50척에 달했다.

그간 조선업 호황 속에서 비교적 소외됐던 중형 조선사들도 탱커 사이클에 올라탔다.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건조 전문 중형 조선소인 대한조선은 지난해 원유운반선 8척을 수주한 데 이어, 미국 선사와 탱커 2척에 대한 잠정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케이조선은 글로벌 선사가 미국 자회사를 통해 발주한 탱커 2척 건조 작업에 착수했다. 이 선박들은 국내에서 건조해 미국 성조기를 달고 취항할 예정인데, 이같은 사례는 처음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탱커 발주가 재개돼, 운임 강세와 선가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유조선 발주는 내년에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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