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24시간 생명공정’ 사수 사활…글로벌 신뢰·환자 안전 기로에

사측, 노조법 38조 근거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
24시간 연속공정 중단 시 제품 전량 폐기 우려
일부 조합원 “손해는 회사의 것, 상관없다” 눈살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CDMO 생존권 직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오는 5월 전면 파업을 예고하면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측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특수성과 ‘연속 공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필수 공정에 한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성과 환자의 생명권, 그리고 한국 바이오 산업의 대외 신뢰도를 가르는 중대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신청은 노조의 쟁의권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 유지에 필수적인 부문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조의 쟁의권을 존중하면서도 경영상의 치명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청의 법적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8조다. 해당 조항은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멈출 수 없는 공정’…바이오리액터 중단은 곧 전량 폐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필수 공정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바이오 공정의 비가역적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인 공산품 제조와 달리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생명체를 관리하는 공정 특성상 1년 365일, 24시간 멈춤 없는 연속 가동이 필수적이다.

만약 파업으로 인해 바이오리액터(배양기) 가동이 중단되거나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수개월에 걸쳐 배양하던 세포는 즉시 사멸하거나 단백질 변질이 일어난다.

이는 곧 생산 중이던 의약품의 전량 폐기로 이어지며, 그 피해액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이 핵심 공정의 전면 중단을 막기 위해 제한적인 법적 조치를 신청한 이유다.

의약품 공급 차질, 환자 생명에 치명적 위기


생산 중단은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품목들은 주로 항암제나 지속적인 투여가 필수적인 희귀질환 치료제다. 이들 의약품은 환자의 정상적인 생활 유지와 생명 연장에 직결된다.

전면 파업으로 인한 공급 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적기에 약을 처방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DMO 사업 모델의 본질은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고품질 의약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신뢰’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이 신뢰의 지표인 ‘트랙 레코드’를 쌓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실적 훼손을 넘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낙인찍히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가 엄격한 수주 산업 구조에서 생산 중단은 향후 수주 경쟁력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손해는 회사 몫” 일부 발언 논란…‘윤리 평판’ 훼손 위기


노조의 강경 투쟁 방침 속에 일부 조합원들의 무책임한 발언도 논란을 빚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배치 중단 손해는 회사의 것이니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 산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환자를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기업뿐만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전문적 커리어와 평판에도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며 “언제든 환자를 담보로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회사 임직원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업계에 팽배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파업까지 남은 한 달…상생의 길 찾아야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해 15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사측은 “지금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할 때”라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으나, 노조는 전향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무리한 보상 요구가 당장의 실속은 채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켜 향후 임직원들이 나누어야 할 성과급 재원 자체를 고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과 대외 신뢰도 하락은 결국 중장기적 보상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제 살 깎아먹기’ 행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미래 투자에 대한 이해를 구했지만, 노조는 ‘당장의 현금 보상’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4월 중 설명회와 투쟁 대회를 거쳐 5월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파업이 가져올 치명적 피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막판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권리 주장도 생명 존중이라는 산업의 본질적 가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글로벌 신뢰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성숙한 노사 관계만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구성원 모두가 상생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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