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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교량, 발전소가 파괴될 것”이라고 공언함에 따라 이란 전쟁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아래쪽은 이란군 병사들이 6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 인근 지역에 추락한 미 항공기 잔해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EPA·UPI] |
전격 휴전이냐 궤멸적 총공세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협상 시한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란 전쟁이 7일(현지시간) ‘운명의 날’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룻밤이면 이란 전역을 없앨 수 있다”며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이란은 일시 휴전안을 거부하며 완전 종전을 요구하고 있다. 중재국의 ‘45일 휴전안’이 막판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합의가 불발되면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지 않은 채 장기전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 하루 후면 양측이 새로 등장한 ‘45일 휴전안’을 토대로 전격 돌파구를 마련하며 확전에 제동을 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이란 핵심 인프라에 대한 집중 타격이 시작돼 전 세계를 또 다른 차원의 불확실성으로 던져넣을지 판가름 난다. 개전 6주 차에 접어든 이란 전쟁이 결정적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에게는 내일(7일) 8시(오후 8시)까지의 시간이 있다”며 이때까지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내일 자정까지 이란의 모든 다리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고, 이란의 모든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불타고, 폭발해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완전한 파괴가 (밤) 12시까지 이뤄질 것이고, 그것은 4시간 동안 일어날 일”이라며 “우리가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대해 “나라 전역을 하룻밤 만에 없앨 수 있으며, 그 밤은 내일 밤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 공습이 아니라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시스템 타격’을 의미한다. 민간 인프라 공격은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단기에 전쟁을 끝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일주일 연장을 요청했고, 열흘을 줬다”며 “그 기간이 오늘 끝난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요청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줬고, 여기에 하루 더 시한을 늦췄으니 더 이상 기한을 연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의 말을 숱하게 번복해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를 번복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퇴로를 닫고 이란에 협상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협상에서 가장 최우선 안건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 합의의 일부는 우리가 석유와 그 밖의 모든 것의 자유로운 이동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이란과의 합의에서 최우선 순위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지렛대’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이란은 이날 휴전안을 거부하고 ‘영구 종전’을 요구하며 자체 구상한 협상 프레임을 내밀었다.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총 10개 항으로 구성된 답변서에서 단계적 휴전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고, 영구 종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역내 군사 충돌 전면 중단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을 위한 새로운 체계 마련 ▷전후 재건 지원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 등을 ‘완전하고 영구적인 종전’의 기반 조건으로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을 위한 새로운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은 전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중재국을 통해 요구사항을 주고 받으며 물밑 대화를 이어갔다는 것 만으로도 협상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수준의 단계적·부분적 개방에 동의할 경우 협상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일 격화하는 양측의 강대강 대치는 협상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무엇보다 협상 중인 상태에서 공습을 시작한 미국에 대해 이란의 불신이 매우 깊다. 이날도 은둔 중인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혁명수비대 고위 인사를 추모하며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암살과 범죄가 우리의 행보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설정된 시한 내 합의가 무산되면 양측이 강공을 주고 받으면 확전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룻밤 사이에 이란 전역을 없앨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의 군사력은 이 같은 장담에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최근 이란이 어깨에 매고 발사하는 맨패즈로 미국의 F-15E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처럼, 미국의 고가 전투기 등을 ‘저렴한’ 드론이나 미사일로 타격하며 ‘버티기’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전면 충돌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제하지 않은 지상군 투입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로 남아 있다. 미국이 이란에 궤멸적 타격을 가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지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충격은 지속될 수 있다. 오히려 이란이 ‘호르무즈 지렛대’를 더욱 강화해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 최대 무기임이 여러 차례 증명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재개방을 위해 군함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동맹에 대한 불만을 재차 드러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불평하며 “누가 또 우리를 돕지 않은 줄 아는가. 한국이다”라고 한국을 콕 집어 언급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험지에 4만50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두고 있으며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김정은 바로 옆”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실제 규모는 2만8500명)을 두며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데 한국은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발언은 향후 한국에 보복성 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