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명분 앞세운 일방통행 우려
민관 함께 대안·시스템 만들어야
수익성 무조건 도외시해선 안돼
‘금융=공공재’ 단정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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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헤럴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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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입니다.”
현 정부의 금융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포용금융을 연일 주문하고 있다.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인데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거듭된 지적이다. 나아가 “금융기관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본질이 돈놀이이니 금융이 원래 잔인하긴 한데 그래도 정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2·3면
이런 문제의식은 최근 금융권을 향한 사회 전반의 매서운 비판 여론과 궤를 같이한다. 높은 이자 수익에 안주하는 사이 서민금융 지원과 실물경제 자금 공급, 금융 소외 해소 등 본연의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방법론에 있어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정부가 명분만을 앞세워 금융권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구조적 대안과 정교한 시스템을 함께 짜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금융의 공적 역할 강화와 시스템 개선 대안을 모색하고자 각계 전문가의 식견을 듣는 긴급 진단을 가졌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가나다순)의 이메일 답변과 유선 인터뷰를 종합해 좌담 형식으로 구성했다.
▶금융은 면허 산업…공적 책임엔 이견 없어=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이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대전제에 일제히 동의했다. 금융은 정부가 부여한 영업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산업인 만큼 마땅히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를 짊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김용기 회장은 “은행은 국가가 인가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예금자와 거래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낮은 비용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은행을 공적 제도 위에서 영업권을 부여받은 면허 산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목 원장은 “금융은 국가 경제의 혈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금융권이 거둔 이익의 일부를 사회와 나누고 서민을 보듬는 상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국가가 제공한 안정성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자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석기 위원도 “은행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것은 사실이고 그에 따른 공적 책임도 상당히 있다”면서 “모든 은행은 공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은 공공재’라고만 규정해선 안 된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었다. 이들은 공익적 가치를 지나치게 앞세워 수익성을 도외시할 경우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기 회장은 “금융회사는 기본적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떠안을 수는 없다”면서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원장 역시 “은행이 적정한 이윤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해야만 위기 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며 “지나치게 공공재로만 규정해 수익성을 도외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성은 현 정부의 금융 철학을 이해하는 핵심 고리다. 정부는 금융을 단순한 사적 거래의 영역으로만 보지 않고 경제 전체의 자금 흐름과 사회적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진단했다.
정부가 포용금융을 강하게 주문하는 배경에는 경기 둔화, 자산 양극화 같은 거시경제적 상황부터 선거 등 정치적 역학까지 여러 요인이 겹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제도적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에만 맡겨뒀더니 소외계층이 금융에서 배제되는 시장 실패가 반복됐고 이에 정부가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회장은 “과거 정부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금융을 효율성과 건전성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신용 배분의 방향과 금융 접근성의 문제를 분명한 정책 의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라며 “핵심은 불완전한 신용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금융공백을 줄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경훈 교수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높은 범세계적 흐름과 합치한다”면서 “기술 혁신 경쟁은 경제성장을 촉진하지만, 경쟁에서 낙오하는 경우에 대한 보장책이 필요하다. 그 방안의 하나로 포용금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한 가계대출 위주 영업에 한국 금융 리스크 누적=전문가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공적 책임 수행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한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마저도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차입자가 금리변동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 금융권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면서 한국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기관의 역할이 서로 차별화되지 않는 구조적 현실이 이들이 공적 책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까지도 고신용·고담보 차주 위주로 영업을 하면서 중간위험 영역에 대한 자금 공급이 끊겼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은행들이 비슷한 크기,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 차별화가 잘되지 않는데 이런 특징이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의 배경”이라고 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대형은행은 기업이나 해외 영업을 활발히 하고 중소은행은 지역 내 주담대나 중소기업·자영업자 자금 공급을 맡는데, 어느 한 조직이 이를 한꺼번에 다루는 건 두 분야 모두에서 전문성을 잃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크기, 다양한 수익구조의 금융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금융권 전반의 공적 기능 약화와 이자 장사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 원장은 “현 정부는 서민금융과 관련해 전향적인 책임 의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원 방식에 있어 금융권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다소 수동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민관이 충분히 소통하며 ‘함께 가는 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