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8개월 만에 다시 방한…2차 ‘깐부회동’ 가지나

지난해 10월 강남 치킨 회동 이후 다시 방한
삼성·SK·현대차·LG 등과 릴레이 회동 전망
반도체·로봇·자율주행 등 ‘AI 동맹’ 강화 기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과의 ‘릴레이 회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분야를 두고 K-산업과의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다음달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6’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 치킨집에서의 ‘깐부 회동’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번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이 예상된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대만 컴퓨텍스 현장에서도 황 CEO와의 만남이 예정돼 양국을 오가며 회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로보틱스 사업을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이번에 처음으로 황 CEO와 조우할 것으로 점쳐져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는 황 CEO의 이번 한국행을 이례적인 행보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최강자가 된 이후 황 CEO는 미국·중국·일본·대만·영국·프랑스 등 전 세계를 누비면서도 유독 한국은 찾지 않았다.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가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SUMMIT KOREA 2025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지난해 10월 성사된 공식 방한도 2010년 이후 15년 만이었다. 황 CEO는 지난 2021년부터 자신의 고향인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행사에 매년 참석하면서도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한국은 찾지 않아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은 지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에 황 CEO가 이번에 다시 방한하는 것을 두고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생태계 내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저전력 D램(LPDDR) 등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걸쳐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 파트너로 역할하고 있다. 메모리 공급 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로선 원활한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동맹 강화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황 CEO의 방한을 앞두고 7세대 HBM4E 샘플 출하 소식을 알렸다. HBM4E는 2027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 ‘루빈 울트라’에 탑재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또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엔비디아의 신규 AI 추론 전용 칩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를 수주해 생산 중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등 반도체 부문 경영진들은 황 CEO의 방한 기간 HBM4E·그록3 공급 및 추가 수주 논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LG전자는 엔비디아와 로보틱스 연구개발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CEO는 올해 CES 2026과 GTC 2026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한 주요 로봇들을 언급하며 현대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LG전자의 가사로봇 ‘클로이드’를 직접 소개했다.

이들 로봇은 엔비디아의 로봇 자동화 플랫폼 ‘아이작(saac)’, 최신 추론모델 ‘그루트(GR00T)’, 로봇 전용 칩셋 ‘젯슨 토르(Jetson Thor)’ 등에 기반하고 있어 향후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한 기술 고도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 도입을, LG는 자체 AI 모델 ‘엑사원(EXAONE)’과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 ‘네모트론(Nemotron)’의 결합을 통한 특화모델 개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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