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發 ‘초과이익 공유’ 논쟁 확전…경총 “교섭 불가” vs 한국노총 “시대착오”

한국노총 “성과 공유 논의 봉쇄” 경총 특별권고 정면 비판
임금성·교섭대상·쟁의행위 정당성 놓고 노사 법리전 확산
노동부는 ‘공유’·산업부는 ‘재투자’…정부 내부도 온도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던진 ‘초과이익 사회적 공유’ 화두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기업 이익 배분 요구를 단체교섭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성과 공유 논의를 원천 봉쇄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전날 경총이 회원사에 특별권고를 배포한 데 대한 공개 반격이다.

논란은 김 장관이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와 29일 오마이TV 인터뷰 등을 통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 등을 예로 들며 원청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격차를 완화하고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교섭대상 배제는 시대착오” 한국노총 반발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성과 배분을 교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대착오적 권고를 철회하라”며 “경총은 교섭대상 문제와 임금성 법리를 의도적으로 혼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이익 배분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노동자와 어떤 기준으로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고 설명했다. 성과급과 복지제도, 고용안정, 교육훈련, 주식보상제도 등도 현실에서는 노사 교섭을 통해 결정되고 있는 만큼 성과 공유 역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경총이 영업이익 배분은 임금이 아니므로 교섭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와 노사가 성과 배분 기준을 논의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노조법 해석을 둘러싼 시각차도 드러났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교섭 대상을 임금이라는 형식적 개념에만 한정하지 않으며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한국노총은 독일 공동결정제도와 프랑스 법정 이익분배제도, 미국·유럽 기업의 이익공유제 등을 거론하며 “성과 공유 자체를 금기시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총 “기업 이익 배분은 교섭 대상 아니다”


이에 앞서 경총은 지난달 31일 회원사에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배포했다. 최근 일부 대기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조합원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경총은 영업이익 배분 요구가 기존 성과급 제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성과급은 기업이 경영 상황과 성과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제도인 반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배분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기업 이익 자체를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총은 올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영업이익 배분이나 경영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영 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와 규모가 달라지는 성과 배분은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의 양과 질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경총은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이익 배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사용자가 교섭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으며, 이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 역시 목적상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또 기업 이익은 투자와 고용, 연구개발(R&D),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배분하도록 강제할 경우 기업 경쟁력과 투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투자냐 재분배냐…정부 내부도 온도차


이번 논쟁은 단순한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이익을 어디에 써야 하느냐는 정부 안팎의 노선 차이로도 번지고 있다. 노동계와 노동부는 원·하청 격차 완화와 성과 공유에 방점을 찍는 반면, 산업·재정 당국은 초과이익과 초과세수를 미래 산업 재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AI 호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을 기업 투자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재정당국도 비슷한 기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활용 방안과 관련해 “제2의 메모리반도체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같은 날 “첨단산업 미래 먹거리에 과감하게 투자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격차에 따라 사회안전망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게시물에 “협력업체 동반성장으로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만들자”는 댓글을 남기며 다른 결의 메시지를 냈다.

한편, 김영훈 장관이 당초 이날로 추진했던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긴급토론회는 연기됐다. 토론회는 다음주 김 장관의 국제노동기구(ILO ) 출장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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