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통째로 영입에 10억…편법 스카우트 활개

7월 GA 1200%룰 앞두고 영입 경쟁 과열
13·25회차 시책으로 수수료 규제 비켜가기
정착지원금 늘려 제도 시행 전 설계사 끌어모아
이직 설계사 실적 압박이 부당승환 피해로 연결
금감원 의심 GA 우선 현장검사·기관제재 강화


오는 7월 ‘GA 1200% 룰’ 확대와 내년 수수료 분급제 도입을 앞두고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들의 설계사 영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정착지원금이 빠르게 불어나는 것은 물론, 13·25회차 시책 같은 규제 우회 움직임까지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 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은 보증보험에 들지 못하는 설계사까지 데려오려고 대부업체를 끌어들였다. 정착지원금은 약속한 실적을 못 채우거나 일찍 그만두면 토해 내야 해 통상 보증보험으로 환수를 담보하는데, 이 GA는 대부업체를 연결해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한 뒤 퇴사하면 갚도록 했다. 규제 한도에 잡히지 않는 우회 자금으로 설계사를 끌어오면서, 빚에 묶인 설계사를 실적 경쟁으로 내모는 셈이다.
# 또 다른 대형 GA는 생명보험사 단장·지점장 같은 영업관리자를, 그가 거느린 조직과 함께 통째로 빼냈다. 한 보험사 직원에게는 산하조직 동반 이탈을 조건으로 10억원(일시금 2억5000만원·1~2차연도 5억원·3~4차연도 2억5000만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영업 기반을 송두리째 잃은 보험사가 조직을 지키려 더 큰돈을 얹으면서, 양쪽의 사업비 부담만 키우는 출혈 경쟁으로 번진다.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보험 판매 첫해에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GA 1200% 룰’과, 수수료를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주는 ‘분급제’ 시행을 앞두고 대형 GA들이 들썩이고 있다. 제도가 막히기 전에 고액 보상을 미리 챙기려 편법 스카웃과 우회 시책을 쏟아내면서다.

무리한 설계사 빼오기는 실적 압박으로 돌아오고, 이런 부담은 멀쩡한 계약을 갈아타게 하는 ‘부당승환’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소비자 피해를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지막 기회”…시책 쪼개고, 스카웃 퍼붓고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된 한복판에는 오는 7월 시행되는 ‘GA 1200% 룰’이 있다. 1200% 룰은 보험 판매 첫해 설계사에게 주는 모집수수료와 시책·정착지원금 등을 모두 합쳐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묶는 규제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에는 2020년부터 적용됐지만, 그동안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아 온 GA 설계사는 7월부터 처음 같은 한도에 들어온다.

내년 1월에는 첫해에 몰아주던 수수료를 4년에 걸쳐 나눠 주는 분급제가 시작되고, 2029년에는 분급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난다. 첫해 고액 수수료에 기댄 단기 실적 경쟁과 그로 인한 불완전판매·단기 해지를 줄이자는 취지다.

문제는 규제가 조여 오기 전 인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GA들의 셈법이다. GA는 자체 상품 없이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팔아서 받는 수수료로 굴러가기 때문에 설계사 수가 곧 매출이다. 한도가 같아지면 그동안 높은 수수료로 보험사 설계사를 끌어오던 GA의 이점이 사라지고, 수수료까지 길게 나눠 받게 되면 설계사 이직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에 우수 설계사를 지금 미리 잡아두자며 영입에 화력을 쏟는 것이다.

이렇게 동원되는 우회 통로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13회차 시책’이다. GA들은 판매 첫해 수수료 한도(1200% 룰)는 건드리지 않는 대신, 계약을 1년 넘게 유지하면 보험사가 주는 추가 인센티브인 13회차 시책을 끌어다 쓴다.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계약 다음 달 고액 시책을 먼저 얹어 주고, 이를 나중에 보험사로부터 13회차 명목으로 되받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설계사는 첫해에 1200%를 웃도는 돈을 손에 쥐고, GA는 그 차익을 남긴다. 보험사와 GA에 적용되는 규제 시점이 어긋나는 틈을 파고든 셈이다.

둘째는 ‘25회차 시책’이다. 일부 대형 GA는 개편 전(올해 판매분) 계약에만 3년차에 주는 25회차 시책을 새로 만들거나 늘려 달라고 보험사를 압박하고 있다. 신계약 실적의 150~200% 수준을 요구하는데, 기존 1~2차연도 수수료(총 1850%)에 이를 더하면 보상이 2000%를 넘어선다. 수수료를 길게 나눠 주겠다는 분급제 취지와 정반대로, 제도 시행 전 계약에 웃돈을 얹어 두는 장치다. 한 대리점 대표는 25회차 시책 신설 여부를 기준으로 내년 주력 판매사를 정하겠다고 보험사에 통보하고, 받아 낸 시책을 지사장 배당으로 돌리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정착지원금을 앞세운 부당 스카우트(영입)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고액을 못 받는다”는 말로 이직을 부추기는 스카우트가 번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대부업 연계 대출 주선이나 생보사 조직 동반 이탈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한 대형 GA는 수수료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다른 회사 설계사를 데려온 사람에게 1000만원에서 4억원까지 주겠다는 프로모션을 벌였다. 또 다른 GA는 지점장에게 회삿돈을 빌려준 뒤 이를 사적인 금전거래처럼 꾸며, 경력 설계사를 데려오는 자금으로 쓰게 했다.

당국 감시와 회사 간 분쟁을 피하려 지원 방식이 ▷대부업 대출 ▷위장 대여 ▷자동차 리스 제공 등으로 갈수록 음성화하는 모습이다.

느슨한 지점 통제가 키운 과열…당국 ‘정조준’


편법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데에는 GA의 취약한 내부통제도 한몫한다. 특히 지사·지점이 느슨하게 묶여 독립채산제로 굴러가는 지사형 GA는 본점이 일선 영업을 촘촘히 통제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평가에서도 지사형의 취약·위험(4~5등급) 비중은 47.1%로, 자회사형(20%)이나 오너형(13.6%)을 크게 웃돌았다.

정착지원금은 실제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상위 4개 GA의 정착지원금은 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7.4% 늘었는데, 인카금융서비스(87.4%)와 글로벌금융판매(49.1%)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금융판매는 대표적인 지사형 GA다. 그사이 부당승환 민원은 올해 1분기 211건으로 직전 분기(137건)보다 54%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 GA 내부통제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검사·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7월에는 정착지원금을 과도하게 뿌린 대형 GA 7곳을 검사한 결과를 내놨다. 설계사 408명이 6개월 안에 사라진 기존 계약 3583건을 부당하게 갈아치웠는데, 이런 부당승환의 43.1%가 새 GA로 옮긴 지 180일 안에 몰렸다. 고객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설계사가 실적을 채우려 갈아치웠다는 얘기다. 올해 1월에는 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본점이 지점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1200% 룰 시행이 코앞에 닥치자 당국은 고삐를 더 죄고 있다. 금감원은 판매수수료 제도안착 태스크포스(TF)로 시장을 밀착 감시하다 정착지원금이 과도하거나 부당승환 의심 계약이 많은 GA가 포착되면 곧바로 현장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제재 무게추도 설계사 개인에서 GA·보험사 등 기관으로 옮겨 관리책임을 정면으로 묻고, 하반기에는 회사·채널·상품별 ‘승환계약률’을 비교 공시해 시장이 스스로 걸러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길게 나눠 주는 제도의 취지가 시행도 하기 전에 변칙 시책으로 퇴색하고 있다”며 “과도한 비용 경쟁을 자제하고 계약을 오래 유지·관리하는 방향으로 영업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와 시장 전체가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