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1조원 기술수출 성사
고액 선급금도 ‘알짜배기 계약’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이 단 하루 만에 총 2조9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수출 소식을 잇달아 전하며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과거 껍데기만 화려했던 ‘조 단위’ 계약에서 탈피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현찰(선급금)을 확보하는 등 K-바이오의 신약 개발 역량이 완벽한 ‘질적 도약’의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은 지난 1일 각각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 미국 희귀질환 전문 바이오텍인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총액 기준 각각 약 1조9000억원, 1조원 규모의 대형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의 이번 성과는 전통 제약 강자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릴리와 면역질환 치료제 BTK 억제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가 2019년 권리가 반환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번 계약은 릴리와의 관계에서 11년 만에 다시 이루어진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한미약품이 수출한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자체 약효 지속성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희귀질환(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세계 비만·대사질환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 중인 릴리가 한미의 플랫폼 가치를 인정해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선급금으로만 7500만달러(약 1129억원)를 베팅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상 2상 단계의 희귀질환 자산이 총액 12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의 고밸류를 인정받은 것은 글로벌 신약 거래 시장에서도 흔치 않은 알짜배기 딜이다.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혁신 기업인 릴리가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같은 날 1조원 규모의 잭팟을 터뜨린 오스코텍의 행보도 독보적이다. 유한양행에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원개발 물질을 기술이전해 글로벌 상업화의 기틀을 닦았던 오스코텍은 이번 계약으로 창사 이래 세 번째 기술수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오스코텍이 미국 아지오스에 넘긴 자산은 경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이다. 면역혈소판감소증(ITP)과 류마티스관절염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해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핵심 자산이다.
오스코텍은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2500만달러(약 375억원)를 확보했으며, 자회사 제노스코와 이를 75대 25의 비율로 분배한다. 오스코텍은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중장기 R&D 핵심 역량을 차세대 ‘항내성항암제’ 연구개발에 전면 집중할 수 있는 든든한 재무적 실탄을 쥐게 됐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이사는 “앞으로 아지오스가 쌓아온 희귀 면역질환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비도플레닙이 다각적인 도전을 이어가 전세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로벌 신약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쇄 메가 딜이 K-바이오의 체질 개선을 증명하는 결정적 지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급금 유입으로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한 두 기업이 후속 파이프라인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면서 K-바이오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가파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