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노리는 현대차…中서 먼저 청신호 켜졌다

중국 5월 판매량, 전월比 56% 증가
수출기지화 앞세워 연 12만대 수출 목표
현대차 캐나다·기아 멕시코 ‘역대 최다 판매’
월드컵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


베이징현대 매장 전경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마케팅 효과가 중국 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부진했던 베이징현대가 지난달 내수와 수출에서 동시에 회복세를 보이면서 월드컵 공식 후원사 지위를 활용한 판매 확대 전략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5일 중국 현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합쳐 총 1만706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월 대비 55.9%, 전년 동기 대비 30.5%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인 내수·수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수 비중이 약 60% 수준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출량은 전월보다 99.4%, 전년 동기 대비 67.1% 증가했다.

베이징현대는 올 들어 월별 판매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1~3월에는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판매와 일부 주력 모델 수요를 바탕으로 누적 5만378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하지만 4월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전반의 수요 둔화 여파로 판매량이 1만944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6.57% 감소했다.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판매 흐름은 5월 들어 1만7000대 선을 회복하며 반등했다. 1~5월 누적 판매량은 7만8387대로 집계됐다.


회복세를 이끈 것은 대중형 주력 모델이다. 신형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11세대 쏘나타, 신형 투싼 L 등 3개 모델의 판매가 전월 대비 크게 늘어났다. 이들 모델은 베이징현대의 중국 내 판매를 떠받치는 핵심 차종으로, 최근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 보강을 앞세워 판매 회복을 이끌고 있다.

수출 물량 증가도 베이징현대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창저우, 충칭 등 3개 주요 생산 거점을 활용해 중동, 동남아, 남미 등지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 내 합작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수출은 공장 가동률과 현금 흐름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수출 목표를 12만대로 잡고 있다. 지난해 총 수출량은 약 8만2000대 수준에서 약 46% 늘어난 규모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목표 달성 가능성도 커진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수출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연간 수출 규모를 약 20만대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내수 30만대, 해외 수출 20만대’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베이징현대의 중국 전략형 SUV 신형 투싼 L.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투싼 L 등 주력 모델 판매 회복에 힘입어 판매량 반등에 성공했다. [베이징현대 제공]


제품 전략도 조정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1.5 터보 엔진과 지능형 주행 기능을 갖춘 신형 투싼 L을 출시하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을 보강했다. 지난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한 아이오닉 V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베이징현대는 향후 5년간 20개 신차를 투입하고 2030년 50만대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2024년 이뤄진 80억위안(1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기존 내연기관 주력 모델의 판매를 유지하는 동시에 친환경차 라인업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베이징현대는 이달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판매 확대의 주요 계기로 삼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중 유일한 FIFA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중국에서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판촉에 들어갔다. 베이징현대는 이달 한 달간 신형 엘란트라, 11세대 쏘나타, 투싼 L을 대상으로 ‘챔피언판’ 특별 혜택을 운영한다. 엘란트라는 7만2900위안(1650만원)부터, 쏘나타와 투싼 L은 각각 11만9900위안(2700만원)부터 판매된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중국 현지화 모델 ‘아이오닉 V’. [현대차 제공]


구매 고객에게는 차량 가격에서 차감할 수 있는 1888위안 상당의 현금 혜택과 중고차 보상 판매 보조금 등이 제공된다. 월드컵 우승팀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4년 자동차 보험 혜택도 제공한다. 단순 후원 노출을 넘어 실제 구매 혜택과 연결해 판매 전환율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은 중국에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총 1만6004대를 판매해 역대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에 그쳤지만, 북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브랜드 노출이 확대되는 시점에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가 ‘라보나킥’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유튜브 갈무리]


멕시코에서는 기아가 지난달 9305대를 판매하며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한 수치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7.3%를 나타냈다. 올해 누적 판매 기준으로는 멕시코 자동차 시장 5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출시한 K3, K4, 스포티지 기반의 월드컵 에디션도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 증가세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월드컵을 단순한 스포츠 후원 행사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알리는 무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11일부터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 동안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일부 경기장에 투입된다. 이들 로봇은 경기 운영 지원, 팬 참여 프로그램, 안전 및 효율성 향상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정책 지원과 가격 경쟁으로 당분간 물량을 유지하겠지만, 보조금 축소와 가격 정상화가 맞물리는 2027년 이후에는 내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현지 공장도 내수만으로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중동·동남아 등 해외 수출 비중을 더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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