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5) 캘코보험 진철희 사장


▲ 캘코보험 진철희 사장은 고객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한인의 손으로 대형 보험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터를 잡아주고 있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  사진 / 김윤수기자

ⓒ2006 Koreaheraldbiz.com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했다.

눈에 띠지 않게 머물러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고 있다면 선뜻 꼽을 수 있는 비즈니스맨이 바로 캘코보험 진철희 사장이다.

LA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브로커리지 보험회사는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120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기업적인 조직과 외형으로 업계의 순위를 매긴다면 보험인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캘코보험이 으뜸이다. 연간 매출 2천500만 달러에 100여개 이상의 보험회사 공인딜러십을 갖고 있는 캘코는 한인경제의 젖줄인 다운타운 사업자들이 구성한 영향력있는 두 단체, 한인의류협회와 봉제협회 두곳으로부터 공식 지정보험사로 회원들에게 소개될 만큼 크레딧을 단단하게 쌓아두고 있다.

이민 1세대가 아닌 진철희 사장이 보험업에 손을 댄 지 13년만에 일궈낸 위상이다. 한인동포사회의 로컬리티를 상징하는 올드타이머가 아님에도 바로 그 계층, 그 세대들과 깊숙하게 관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보험 비즈니스에서 적어도 외형적 성공을 이룬 것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이구. 성공이라뇨.”

한인타운이 잘 내려다보이는 3200 윌셔빌딩 사우스타워 17층 집무실에서 만난 진 사장은 손사래부터 쳤다.

“입에 발린 얘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 28명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해서 꾸려나가는 회사입니다. 사장인 제가 28분의 1의 몫을 했다고 하면 받아들이겠지만 전체를 마치 저 혼자 다 해낸 것처럼 얘기되면 그건 아니지요.”

진 사장은 89년 4월 미국으로 이민와서 10여개월 가량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새로운 세계에서 어떤 일을 새로 해야하는가를 모색한 뒤 곧바로 보험업에 뛰어들었다.

“공항에서 픽업해준 사람이 이민생활을 결정한다고들 하잖습니까. 타인에 의해 내 인생이 결정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일부러 모색기간을 길게 가졌던거지요.” 10년 넘게 대기업(대우그룹)의 조직에서 회계와 재무관리 분야에서경력을 쌓은 배경과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한 게 보험이었다고 한다. 90년초 친구가 운영하는 보험회사에 합류해 실무를 익혀나갔다.

폭동과 지진을 겪고 난 93년 따로 독립했다.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지만 LA 한인경제와 커뮤니티의 은밀한 동력에서 미래를 봤고 비전을 세울 수 있었다.

“미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고교생처럼 젊고 신선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자고 단단히 맘 먹었습니다. 고정관념이나 기존의 관행적 비즈니스에서 벗어나는 판단과 계획을 하고 싶었지요.”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집에 월급을 들여놓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족들에게 이해시키면서 한국의 대기업 사원이었던 체질을 분해하고 녹여서 이민사회에 스며들어갔다.

“보험인은 세일즈맨이지만 단순히 상품 자체만 설명해선 안되지요. 고객과 만나 그 분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해야 합니다. 관련된 법규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수인만큼 공부 많이 했지요.”

진 사장이 세운 첫 번째 덕목은 당당한 자신감이다. 알지 못하면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고객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지식이 달리면 당당해질 수가 없다. 자신있게 고객과 상담할 때 믿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아는 얘기고, 비단 보험업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실행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부자가 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돈을 벌려면 보험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에이전트가 떼 돈을 벌려고 한다면 고객을 이용할 수 밖에 없잖습니까. 클라이언트의 길잡이 노릇을 하면서 도움이 됐을 때 자기만족을 하는 비즈니스인데 그게 아니고 고객을 이용하려고 하면 그건 첫단추부터 잘못된 거지요.”

평범하고 상식적인 얘기가 진 사장을 통해서 나오니 비범하게 들린다. 고객 상대의 원칙을 지키기가 말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에 대한 편견 때문이리라.

13년 동안 “고맙다”는 고객들의 말이 자산이 됐다. 탄탄해진 신뢰관계는 성장의 모태였다. 2004년 1월 진 사장은 당시 그룹보험에 강점이 있던 코이보험을 인수합병했다. 업계가 놀랐다.

“캘코는 일반 사업체 보험이 강했고, 코이는 그룹 베네핏에 장점이 있었으니 서로 윈윈이라 판단했지요. 코이쪽도 기꺼이 합하는 데 동의했던 친화적인 M&A였던 셈이지요.”

대형 보험사들과 협상력이 강화된 게 당장 나타난 효과였고, 그것은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다. 캘코보험의 경쟁력이 상승됐음은 물론이다. 업계에서 차지하는 캘코의 위상은 업그레이드되자 진사장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후발주자가 커질 때 겪게 마련인 질시와 견제는 주목도가 높아진 진 사장이 컨트롤해야하는 몫이었다.

“경쟁은 언제나 있는 것이고, 늘 치열한 것이니까요.”

업계의 경쟁에서 어떠한 지혜를 갖고 있는가를 탐색하려 하자 나온 대답이다. 당당한 자신감은 고객을 상대할 때에 국한되는 덕목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AIG그룹같은 대형 보험회사가 한인의 손으로 운영되는 시기를 다음 세대쯤으로 본다는 진 사장이다.

“저는 차세대들이 그만한 보험기업을 꾸려갈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 뿐이지요.”

조용한 가운데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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