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에 빠진 월가‘왕’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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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쟁이 월가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주주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왕(CEO)’들은 어느날 갑자기 회사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월가의 오랜 관행이다.

씨티그룹의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제이미 다이몬, 정보유출 비리 혐의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떠난 프랭크 쿼트론, 경영분쟁 과정에서 버림받은 존 맥, 심지어 씨티그룹 회장으로 월가를 군림했던 샌디 웨일 전 회장에게도 실직의 과거는 있었다.

그러나 월가는 서브프라임의 격랑이 휘몰아치자 이들에게 다시 구조신호(SOS)를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한때 월가에서 쫓겨 났던) 최고경영자들이 속속 재기의 무대로 복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의 귀환’ 목록의 정점에는 제이미 다이몬 JP모건체이스 CEO가 있다.

10년 전 씨티에서 쫓겨난 그는 미국 내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인수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금 미국 언론들은 그를 ‘월가의 구원투수’로 부르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 등 무려 100여개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킨 ‘스타뱅커’ 프랭크 쿼트론은 CS 방출의 아픔을 딛고 최근 자문회사인 ‘콰탈리스트그룹(Qatalyst Group)’을 직접 설립, 월가 복귀를 신고했다. ‘월가의 칼잡이’ 존 맥도 자신을 버린 모건스탠리의 회장직으로 4년 만에 금의환향해 특유의 돌파력으로 서브프라임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살로먼브러더스와 골드먼삭스로부터 각각 버림받았던 마이클 블룸버그와 존 코진은 정계로 진출해 뉴욕 시장과 뉴저지 주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월가에서 실패한 이들이 유독 ‘패자부활’에 능한 비결은 뭘까.

앤드루 워드 조지아대 경영학 부교수는 “금융업의 속성은 거래”라며 “거래를 하다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패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워드가 조사한 1990년대 연구결과를 인용, 회사에서 사임한 CEO 중 3분의 1은 다시 관리직에 복귀했다면서 지금 그 수치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업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이 분야의 경험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 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도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11월 찰스 프린스의 뒤를 이을 CEO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씨티는 할 수 없이 불과 5개월 전에 씨티에 합류한 투자뱅커 비크람 판디트를 그 자리에 앉혔다.

샌디 웨일 전 회장은 “경험(패배, 실직)으로부터 배워라. 그리고 더 잘해라. 금융업이란 원래 그런 곳이야”라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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