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인 은행장의 행보가 엇갈리면서 한인은행가에 인사이동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한은행 이사회가 육증훈 전 한미은행장을 차기행장으로 결정한 지난 21일 유니티은행의 이사회는 사의를 표명한 김선홍 행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알버트 상 전무(EVP·COO의 행장대행 체제를 택했다. 육 행장 내정자는 새한 이사회가 지난 2월부터 차기행장 물색에 나섰던 터라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고 있지만, 김 행장 취임 8개월만에 사표수리를 택한 유니티 이사회의 결정은 바라보는 이들을 아리송하게 하고 있다.
올 초 한미의 행장대행으로 전격 복귀했다 정식 행장으로 낙점받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던 육 전 행장은 새한은행장으로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육 내정자는 지난 1993~1999년 한미의 CCO로, 1999~2003년에는 행장으로서 한미의 나스닥 상장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친정에서는 반년여만에 쓸쓸히 퇴장하게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그다.
육 내정자는 21일 이사회의 결정 직후 자산 규모 7억달러이던 한미를 4년만에 16억달러로 성장시킨 경험을 강조하며 “새한이 지금 9억달러 가까이 되니 중견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가는 좋은 기회로 본다. 부실대출을 정리하고 효율성을 높인 뒤 탄탄하게 은행을 성장시킬 것”이라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김 행장의 급작스런 사임은 여러모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중앙은행을 이끌기도 했고 어느 정도 휴식을 가진 뒤 유니티를 통해 복귀하며 강한 의욕을 보인 만큼 임기를 1년도 채우지 않고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물러난다는 은행측의 설명보다는 내부적인 갈등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에 더 힘이 실리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는 않았어도 물러날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전 감독국 감사 이후 이사회와의 갈등이 더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1년도 안돼 물러나게 된 것은 너무 시기상조 아닌가. 몇명의 인력감축도 김 행장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은행의 현상웅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3분기의 마지막 달인 9월을 1주일 남겨두고 최고위급에서의 변화가 생기며 은행가에서는 인사이동이 일어나는건 아닌가 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새 행장을 맞게 되는 새한은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 육 내정자를 보고 안정을 찾는 분위기지만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다른 은행 직원 몇몇이 움직일 기미가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새한이 18명의 감원을 실시한지 1개월을 갓 넘겼을 뿐이고 극심한 불경기를 맞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쉽사리 자리를 옮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