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임권택 감독은 간담회 마지막에 “연출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안성기가 욕탕에서 몸 가누지 못하는 김호정을 수발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 연기자의 상반신 만을 담아 쭉 한 커트로 찍었는데 그 전체 장면은 어떤 모양새일까 관객들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감이 십분 전달될 것 같지 않았다”며 “사실감을 통해서 영화를 감동있게 만들고자 하는 목적과 달라졌기 때문에 촬영을 중단하고 김호정에게 ‘전신을 찍어야 비로소 납득할 수 있는 씬이 되겠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생각해보겠다’던 김호정은 두, 세 시간 뒤에 전신 촬영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임 감독은 “그 장면이 감독이 생각하는 목적과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배우에게 큰 실례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사히 목적한대로 잘 찍혔다”며 “영화를 더 빛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김호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에 김호정 역시 “감독님 얘기에 감격스럽다”고 화답했다. 김호정은 “욕실 부분이 시나리오 받고 가장 강렬했고 아름다웠던 씬이었다. 촬영할 때 정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많이 보여주는데, 그 처절함 속에서 아름답게 보일수 있을까 생각하며 촬영했다”며 “영화 속 캐릭터는 죽지만 배우 김호정으로선 이 영화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영화를 찍었고 연기를 행복하게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준 작품”이라고 벅찬 심경을 전했다.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세월만큼 한층 더 깊어진 거장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33회 벤쿠버 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34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제25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제9회 런던한국영화제, 제25회 싱가포르 국제영화제,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등 16개의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4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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