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어설픈 조합은 사절…여행예능의 성공법칙은 ‘오리지널리티’와 ‘보편성’

* 7080 배낭여행 tvN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김성진=전편이랑 달라진 건 없지만, ‘할배들 부러워요’ ★★
고승희=할배들과 함께 한 2년…나이듦의 정서를 공유했다 ★★★☆
이혜미=할배들 추억쌓기에 짐꾼 로맨스는 덤 ★★★☆

* 4050 우정여행 SBS ‘불타는 청춘’

김성진=외로운 이들의 천방지축 MT, 미워할 수 없네 ★★
고승희=내버려두니 나오는 자연스런 애잔함 ★★★
이혜미=소년소녀로 돌아간 천진난만 중년들 ★★★

* 2030 친구집 여행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김성진=책상머리 회담보다야 실생활 체험이 리얼하지 ★★★
고승희=떠나면 여행인 줄 알았는데 현지인 친구가 있어야… ★★★★☆
이혜미=‘친구 집’이 흔한 배낭여행을 살렸다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케이블 채널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가 2013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여행 예능도 가지치기를 거듭했다. 여행만 해도 모자랄텐데, ‘결합상품’이 대세였다. ‘수도자의 땅’에서 인기 정상의 아이돌은 현지 특파원(KBS2 두근두근 인도)이 됐고, 먹고 살 걱정도 없어보였던 연예인들은 무일푼으로 떨어진 뉴욕에서 돈벌이(도시의 법칙 IN 뉴욕)를 했다. 여행에 먹방을 결합(7인의 식객)했고, 여행지 로맨스가 주인공(MBC 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이 됐다. 여행예능의 세계에서 한국은 좁았다. ‘국내여행’을 지키는 프로그램은 장수예능 KBS2 ‘1박2일’과 SBS ‘불타는 청춘’ 뿐이다.

‘여행’이 트렌드인 건 사실이지만 타율이 높은 건 아니다. 최근 주목받는 세 편의 프로그램에선 ‘여행예능’의 성공법칙이 발견된다. ‘본질’에 충실하되, ‘독창성’을 가져야한다는 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행예능은 대체로 결합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여러 가지를 섞어놓은 느낌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며 “오리지널리티, 즉 자기 프로그램만의 확실한 이야기가 나올 때 성공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세 편의 프로그램이 있다. 7080 노배우들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인 tvN ‘꽃보다 할배’, 4050 중년 연예인들이 우정을 찾아 떠난 여행예능 SBS ‘불타는 청춘’, 2030 외국인들이 현지의 친구집을 찾아가는 JTBC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다. 세대를 달리해 저마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독창성은 살아났는데도, 이들만의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사람’이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 7080 tvN ‘꽃보다 할배’=얼굴은 익숙하지만 예능 안에서 발견한 적 없었던 전혀 새로운 캐릭터가 쏟아졌던 ‘꽃보다 할배’는 평균나이 78세 할배들의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로 2013년 첫 방송된 이후 2년째에 접어들었다. 현재 네 번째 여행지 그리스로 향한 노배우들의 여행은 이서진과 더불어 여배우 최지우가 새로운 짐꾼으로 합류하며 활기를 더했다. 프로그램의 변화가 포착된다. 2년의 시간이 주는 ‘연속성’의 가치가 묻어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연속성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시청자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는 데에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 대만을 거쳐 그리스로 향한 네 명의 배우와 함께 시청자들은 ‘시간의 길이’를 체감한다. “여행이기에 앞서 사람이 중심이 된 노년의 우정, 여행을 통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페이소스”(나영석 PD)를 주며 보편적인 정서를 움직인다. 


‘꽃할배’가 처음 안방을 찾았을 때 시청자는 새롭고 신선한 감정을 느꼈다면, 시간을 공유한 지금은 동질감을 가진다. 백일섭이 아픈 무릎을 붙잡고 일어선 뒤 이순재의 손을 잡으며 일으켜세울 때, 뒤이어 신구에게 “나이를 먹으니 몸이 자꾸 고장나. 건강 잘 챙겨요”라고 말할 때 시청자는 화면 속 노배우들의 ‘늙음’을 실감한다. 마치 가족 구성원의 건강을 염려하는 기분이기에, “이 여행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백일섭)는 이야기엔 시청자들의 소망도 쌓인다. 한 프로그램이 오래 방영될 때 ‘가족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TV의 속성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나영석 PD가 잘 하는 것은 낯설고 설레고 두려운 감정으로 시작해 여행이 지속되면 가족같은 느낌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들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그림을 잡아가며 시청자들을 보이지 않는 구성원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 4050 ‘불타는 청춘’=SBS ‘불타는 청춘’은 자극없이 소소하고 잔잔하다. “여행을 도구로 중년 싱글들의 우정 만들기에 포커스”(백정렬 CP)를 둔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또 다른 보편적 정서를 건드린다. 


굳이 멀리 떠나지는 않지만,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섬진강에서 왕년의 인기스타였던 김국진 강수지와 양금석 김도균은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낚시도 하고, 게임도 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어도 제작진의 설정은 없다. “특정장소를 환경으로서 제공할 뿐, 그 안에서는 오로지 출연자들의 의지”(백정렬 CP)로 시간을 보낸다. 중년 출연자들의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과 이들이 친구가 돼가는 모습에선 누구나의 삶에 묻어있는 외로움과 찬란한 시절을 보낸 뒤의 담담함도 묻어있어 현실적인 공감을 산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백정렬 책임 프로듀서는 “연예인들의 리얼리티는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화면에서 보여지는 자연스러움이 나온다”며 “중년이 대상이다 보니 삶의 외로움과 자연스러움이 보여 좋은 반응이 나온다. 의외로 사람 사는 것이 다 외로운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연예인들의 여행은 워낙에 보편화된 소재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취지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 음악 선곡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불타는 청춘’의 배경음악은 영화 ‘더티댄싱’의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와 같은 올드팝이 주를 이룬다.

▶ 2030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JTBC ‘비정상회담’에서 건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설파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나누며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했던 외국인들의 현장학습이 시작됐다. 방현영 PD는 “‘비정상회담’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멤버들의 캐릭터를 보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말과 생각으로 보여지지 않는 부분을 리얼로 풀어내면 힘이 있겠다”는 확신으로 ‘내친구집’을 기획했다.


우후죽순 쏟아진 해외여행 예능의 후발주자였던 ‘내친구집’의 독창성은 제목에서부터 나온다. 중국(장위안), 벨기에(줄리안)를 거쳐 수잔의 나라 네팔을 여행 중인 ‘내친구집’은 익히 알려진 유명 관광지가 아닐 지라도 친구의 집을 찾아간다는 정서적 공감대가 의미를 키운다. ‘친구의 집’에서 머물며 그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가장 솔직하고 꾸밈없는 친구의 맨얼굴을 보게되는 시간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본 없이 여행을 다니는 진정성”(이탈리아 알베르토)을 통해 가족의 따뜻한 정서를 공유하고, 현지인의 시각으로 “그 나라, 그 도시의 맥박을 느끼는”(독일 다니엘) 오리지널리티가 더해진 성공한 확장형 예능이다. 


거기에 시간을 거듭하며 쌓아온 우정을 나누며 “진짜 친해진 친구들의 여행기”(김학민 PD)를 보여주자, 여행에 앞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보편적인 성공법칙이 이 프로그램에서도 발견된다.

방현영 PD는 “기존의 여행예능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출연자들의 인터뷰에 중점을 둔다”며 “사는 곳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행의 동선이 달라지고, 출연자들이 여행가는 나라에 대해 가졌던 생각, 여행지 주인공과 그 가족의 개인사를 듣다 보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다름이 보인다. 모양은 ‘여행’이지만, 여행이라는 큰 틀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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