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박서준은 다소 의외의 선택을 했다. 누가 봐도 박서준에게 ‘맞는 옷’처럼 보이는 로맨스나 코미디가 아닌, 범죄 스릴러 영화를 택한 것이다.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ㆍ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에서 박서준은 존경하던 상사 최 반장(손현주 분)의 악행을 눈치챈 뒤 갈등하는 막내 형사 ‘차동재’를 연기했다. 시나리오에 그려진 캐릭터 이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기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번에도 박서준 만이 표현할 수 있는 ‘차동재’를 고민했다. 장난기 섞인 눈빛은 미묘하게 달라졌고, 마냥 해맑던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반가운 일이었다. 박서준의 연기 스펙트럼은 그만큼 한 뼘 더 넓어졌다.

그에겐 손현주, 마동석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 또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에겐 선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상당한 존재감의 베테랑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이 후배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불안할 수도 있는데 박서준은 그렇진 않았다.
“(선배들을) 의식하는 순간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역할이 있고 함께 앙상블을 이뤄야 하는 거니까요. 제 역할을 못해서 작품에 피해를 주진 않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제 역할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박서준은 작품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유연해지는 것을 느낀다. 데뷔 초엔 긴장한 채 주위에 눈 돌릴 여유조차 없었다면, 이제는 현장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털어놨다. 과거엔 누군가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렸다면, 이제 먼저 다가가 얘기를 건네기도 하고현장 분위기를 살피기도 한다. 그는 “현장에서 분위기가 안 좋을 때 힘을 북돋워주는 것도 연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밤 새고 다들 힘든데 제가 쳐져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더 힘들다. 지금 시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지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별다른 굴곡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도 분명 좌절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고 있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군 제대 후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오디션을 보고 좌절하길 반복하면서 자신이 ‘60억 인구 중 개미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비관에 이르렀다. 배우로서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에, 진지하게 성형을 고민하기도 했다.
“지금은 작품을 할 기회가 많아졌지만, 시작은 어려웠어요. 드라마 오디션에서 ‘평범하다’, ‘촌스럽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성형도 고민했고 여러가지를 배워보려고도 했어요. 어느 순간 ‘가장 나 같은 게 내 색깔이고 가장 경쟁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신을 흰색, 도화지라고 생각하고 그려보자 했죠.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저 만의 매력, 색깔이 만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박서준은 최근 3년여 간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몸은 힘들다. 1년 지날 때마다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연기를 하고 싶어했던 때를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웃어 보였다. 틈틈이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며칠 쉬면 금세 현장이 그리워진다고. 그에게 현장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고, 그곳에서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연기를 돈 벌려고, 혹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 시작했다면 지쳐서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때는 막연히 제가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지, 잘 될 것 같은 일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야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아쉽지 않을 것 같았죠. 또 그 시간이 재미있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지금은 제 생각대로 차근차근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천천히 다지면서 나아가고 싶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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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