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스트레스 해소, 부실자산 처리는 ‘편두통’

은행 건전성 평가 파장

2개월여 동안 진행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7일 공개되면서 그동안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몰고간 금융불안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계기로 진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테스트 결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 10개 은행이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들의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고 미 금융당국이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또 이들 은행이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가 애초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은행도 테스트 발표를 전후해 자본확충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는 등 투자자의 불안심리 해소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BOA와 씨티그룹 주가가 각각 9%와 5%씩 상승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브래디 MF글로벌 부사장은 “(테스트 발표 이후) 증시에 더욱 신뢰를 가졌다”면서 “사람들은 이번 자본확충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자본확충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정부 개입을 통한 ‘국유화’ 논란이 재연될 수 있으며, 금융권 위기의 근본 원인인 부실자산 처리 등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시장, 급한 불은 껐다=미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를 통해 금융권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부실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도록 압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0개 은행이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1000억달러 미만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과로 인해 은행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미 의회가 이미 승인한 구제금융 자금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은행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자본확충과 부실자산 처리 지켜봐야=스트레스 테스트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 판정을 받은 은행의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팽배한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실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자력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데 실패하면 결국 정부가 보유 중인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정부가 상당수 금융기관에 대해 지분을 갖게 되면서 금융산업 국유화 논란과 금융시장의 충격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본확충이 계획대로 성사된다 해도 부실자산 처리 등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된다.
 
CNBC방송은 은행 애널리스트인 버트 엘리의 말을 인용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테스트를 통한 자본확충 계획은 앞서 정부가 시행한 부실자산 매각이나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강화 방침과 정책방향이 배치하는 것으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테스트는 총체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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