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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보자 인생의 노래 황혼의 노신사의 노래’ <노신사의 노래: 케니 김 작사/ 김준규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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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지 40년. 먹고 사느라, 자식 키우느라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앞만 보고 일했다. 청소부에서 농부까지 거쳐 온 직업만도 25가지, 이제 겨우 살만 해져 숨 좀 돌리려 보니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다. 그는 결심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에게 조그만 상을 주기로. 그리고 묻어두었던 꿈을 펼쳤다. 63세에 데뷔한 가수 ‘케니 김’(66·샌디에고)씨의 이야기다.
“2010년 제 첫 앨범이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이란…. 정말 가슴이 벅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더군요. 중학교 때 학원비 떼어먹으며 배운 기타가 제 음악인생의 전부였지만 한번도 가수에 대한 꿈을 버린 적은 없었어요. 다 늙어서 노래하려니 작곡가 선생님이 고생 좀 하셨지요(웃음)”
김씨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1년여에 걸쳐 앨범을 준비했다. 고시텔에 묵으며 직접 가사를 쓰고 정식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했다. 작곡가 김준규씨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운명’이었다.
“김준규선생님은 가수 주현미를 발굴해 1980년대 ‘쌍쌍파티’라는 초대박 앨범을 낸 가수기도 하죠. 매일 4시간씩 선생님에게 노래지도를 받았고 1집에 있는 신곡은 모두 선생님 곡이예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케니 김 1집’의 숨은 공신은 그의 아내 우순이(63)씨다. 우씨는 남편의 난데없는 ‘가수데뷔’ 선언에도, 막대한 지출에도 묵묵히 지지를 보내 주었다. 더구나 남편의 1집에 담긴 <케니의 첫사랑>, <의리 없는 여자>는 그녀가 아닌 남편의 첫사랑에 대한 노래다.
“얼마든지 노래하라고 하세요. 지금은 내 남편인데 어쩌겠어요(웃음)”라며 ‘승자’의 여유로움까지 갖춘 그녀야말로 ‘연예인’ 아내의 기질이 다분하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케니김 1집’은 지난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음반판매로 얻은 이익은 1달러도 없었지만 팬들의 반응은 아이돌 가수 못지 않게 뜨거웠다.
“애시당초 음반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그저 나처럼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같이 미국땅에서 고생한 사람들에게 내가 꾼 꿈을 나눠주고 내가 이룬 꿈을 들려주고 싶었지요. 한번은 한인 라디오 방송에 내 이야기와 노래가 나갔는데 다음날부터 전화통에 불이 났지요”
300달러로 시작한 이민생활에 대한 애환과 절절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앨범을 갖고 싶다는 전화와 편지가 이어졌고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앨범을 선물했다. 노래를 듣고 한참 울었다며 고맙다는 팬레터는 이제 그의 보물 1호가 됐다. 용기를 얻은 김씨는 얼마전 ‘케니김 2집-구구팔팔’을 내놓았다. 1집에 자신의 꿈을 담았다면 2집은 팬들에 대한 감사함이다.
“어르신들, 그리고 나와 동년배인 팬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를 담았다. 타이틀 곡 ‘구구팔팔’은 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내용이다. 또 이번에는 아내에 대한 마음을 담아 ‘당신께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내가 1집때 잘못한 게 있어서…(웃음)”
‘애인처럼 친구처럼 누이처럼 다정히 살아온 우리 삶에 매달려 못다한 사랑이 너무나 아쉬워’
기타를 치며 부르는 남편의 ‘고백’에 우순이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저 자신의 못다한 꿈을 이루고자 시작한 일이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값진 일이 됐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는 케니 김씨. 앞으로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달려가 작은 콘서트를 여는 것이 그의 또다른 꿈이다.
“나보다 노래솜씨가 더 좋은 딸아이와 함게 듀엣도 해보고 싶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콘서트도 마련하고 싶다.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다. 평생을 걸려도 좋을 일이다.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니까”
▶무료음반 문의:(760) 580-3295
하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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