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 사투리의 힘은 위대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사투리의 힘은 위대했다. 29일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94’가 구수하고 정감 넘치는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면 드라마의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하숙집 안주인 이일화는 ‘거품’을 ‘버끔‘이라고 말했다. 이건 부산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쓰지 않는 말이다. 마산 진주 삼천포 등 서부 경남에서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쓰던 말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사투리의 내공이 놀랍다.

출연진들이 쓰는 말투는 우악스럽다. 성동일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염병할!” “지랄염병해샀네” “염병할년”이다. 쓰레기(정우)는 “대가리 확 뿌사삘라”라고 한다. 윤진(도희)는 “창자 따서 젖갈 해버리기 전에 다들 아가리 안 닥치냐“라고 하다가 방통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맡투는 살벌하지만 속에 담긴 정만은 깊고 훈훈하다. 이일화가 하숙생들을 위해 만든 음식을 보면 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칼국수 만드는데 무슨 잔치 벌리는 것 같다.

중년의 고충과 로맨스를 잘 보여준 성동일-이일화 부부는 매정한 듯 해도 하숙생을 자기 집 아들 딸처럼 챙긴다. 이런 하숙집이 있다면 시설이 낡아도 당장 내 아들을 맡기고 싶다. 그러니 그 속에 있는 팔도에서 올라온 하숙생들도 마지막까지 뜨거운 우정을 다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이 신구세대 모두 ‘응사‘에 몰입할 수 있었고, 마지막회에서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이는 여주인공 성나정의 남편 찾기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들은 2002년 6월 모두 하숙집을 떠나며 이별을 하지만, 현실에 찌든 40대가 돼서도 여전히 유쾌한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펼쳐졌다. 또 삼천포(김성균)의 내레이션을 통해 마지막까지 90년대의 모든 청춘들을 보듬어안았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뵈도 우린 대한민국 신인류 X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때 오빠들의 목숨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 음악에, 80년대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돼서야 깨닫는다. 2013년 12월 28일, 이제 나흘 뒤, 우린 마흔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 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사랑해보자고 말이다.”

이런 정서는 비단 ‘응사’세대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이들보다 10여년 윗세대인 50대나 ‘응사‘를 경험하지 못한 10대, 20대들도 감정을 이입하며 공감할 수 있게 해준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숙했던 청춘기가 과거인 사람은 그 뜨거운 시절을 회고할 수 있고, 현재인 사람이나 미래인 사람은 뜨겁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다.

‘응사’는 90년대 유행한 삐삐, 매직아이, 과자 등을 비롯해 ‘시티폰 에피소드‘, 90년의 서울 모습과 사회적 이슈들이 그 당시를 보낸 부모세대의 공감도를 높이게 했고, 이들과 드라마 속 90년도의 배경과 소품들이 새롭기만 한 자식들간에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 한마디로 ‘세대공감 콘텐츠’임을 증명했다. 성시경의 ‘너에게’, 로이킴의 ‘서울 이곳은’, 하이니의 ‘가질 수 없는 너’, 디아의’ 날 위한 이별’ 등 90년대 인기 음악을 리메이크 한 드라마 OST 역시 음원이 출시될 때마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최종회인 21화 ‘90년대에게’에서는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김재준이 쓰레기(정우 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채웠다. 지난 2화부터 ‘김재준’ 이름힌트만 주어진 채 5명의 남편 후보 중 ‘나정의 남편은 누구?’라는 추리 요소로 매회 긴장감을 높여왔다. 후반부에서 쓰레기와 칠봉(유연석 분) 2파전으로 후보가 좁혀졌다. 20여 년을 오누이처럼 지냈고, 나정의 첫사랑인 특별한 사람 쓰레기가 ‘김재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번 첫사랑 공식을 깼다. 지난 ‘응칠’에서 윤윤제(서인국 분)가 성시원(정은지 분)의 남편으로 밝혀지면서, 윤윤제의 첫사랑이 이뤄진 것처럼, 이번 ‘응사’에서도 나정의 첫사랑이 이뤄지면서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식’을 깬 것이다.

나정을 향한 첫사랑을 오랜 짝사랑으로 정리한 칠봉이(김선준)는 세월이 지나 나정과 쓰레기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날 서 있던 지난 날의 삼각관계의 기억조차 재산으로 간직한 채 인연을 이어나갔다.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고,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쓰레기와도 진심이 담긴 “형”이라는 호칭으로 관계를 다시 다졌다. 또 2013년 현재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에서, 2002년 6월 당시 우연히 길에서 부딪히게 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인과 묘한 인연을 맺는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여인 역으로 배우 정유미가 특별출연해 반가움을 더했다.

이와 함께 신촌하숙에서 앙숙으로 만났던 삼천포 김성균(김성균 분)과 조윤진(민도희 분) 커플 부부를 비롯해 대학에 들어오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빙그레 김동준(바로 분)은 학과 선배인 ‘다이다이’ 별명을 지닌 진이(윤진이 분)와, 해태 손호준(손호준 분)는 헤어진 첫사랑 애정(윤서 분)과 극적으로 재회해 부부의 연을 맺는 등 7명의 신촌하숙 아이들 모두 저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은 평균시청률 11.9%, 순간최고시청률 14.3%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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