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관건은 유호진 PD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1박2일‘의 관건은 PD다. 멤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좌우하는 건 PD다. ‘1박2일’이 시즌1때만 해도 PD는 출연자들에게 미션을 전달해주고, 기껏해야 출연진과 ‘딜’을 하거나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PD는 현장에 던져진다. ‘꽃보다‘ 시리즈에서 나영석 PD는 아예 출연자 못지 않는 역할을 담당한다. ‘1박2일‘ 시즌3도 유호진 PD가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그 덕에 멤버들의 캐릭터가 잡힐 때 웃기고, 그렇지 못할 때는 재미가 없었다. 이 양자가 확연히 구분된다.

유호진 PD의 역할이 가장 빛을 발한 케이스는 지난 12일의 ‘경기도 북부투어’ 방송이었다. 유 PD는 멤버들에게 편하게 여행하게 해준다고 말하고 거의 지옥체험을 하게 했다. 빙벽등반과 3인승 자전거투어,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CF를 제작하는 체험을 시키며 멤버들의 체력이 방전되고, 이 과정에서 허약한 체력을 보여 다리에 쥐가 난 김주혁, 김종민, 김준호 등 ‘쓰리쥐 형제’ 캐릭터가 나와 큰 웃음을 선사했다. 허약그룹 ‘쓰리 쥐’는 앞으로도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유호진 PD가 멤버들에게 편하게 오전 9시에 오프닝을 하게 해주고 독하게 군 이유에 대해 “멤버 중 한 명이 쉽게 하면 안된다, 힘들게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유 PD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지난 19일 방송은 흥미와 긴장이 반감됐다. 게임만 연속해서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태프를 안고 앉았다 일어서기, 릴레이 레몬 먹기, 눈 깜박이지 않기, 지압판 3단 멀리뛰기 등 음식물을 얻기 위한 게임들이 이어졌다. 스태프중 막내작가 이슬기의 미모만 부각됐을 뿐이었다. 새벽 3시 30분에 했던 잠자리 복불복도 이구동성 게임 등 흔해빠진 게임을 등장시켰다. 3대 모닝엔젤로 비를 등장시켜도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지 못했다.

결국 유호진 PD의 역할이 ‘1박2일‘ 시즌3의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시청자에게 유호진 PD는 여전히 몰래카메라에 걸려든 순진한 신입PD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착하게 생긴 유호진 PD가 좀 더 독하게, 때로는 지능적으로 멤버들을 괴롭히는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한다면 ‘1박2일’의 기운이 더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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