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실장님’ 이미지를 벗었다지만 ‘실장님’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배우 주상욱. 그는 지난 4월 2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 최수영, 연출 고동선 정대윤)에서 차정우 역을 맡아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주상욱은 벤처 회사의 대표이자 이혼한 전처 나애라(이민정 분)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모습을 유쾌하고 재치 있게 소화해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주상욱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얻었다.
주상욱과 이민정의 코믹 연기가 빛난 ‘앙큼한 돌싱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방송가의 애도분위기로 종영을 앞두고 결방됐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지 약 일주일 뒤에 16회로 종영하게 됐다. 지난 5월 12일 취재진과 만난 주상욱은 이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설명하며 ‘앙큼한 돌싱녀’와 자신의 연기, 그리고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주상욱, 카리스마 ‘욱상욱’을 귀여운 ‘찌질남’으로 만든 ‘앙돌’
이날 그는 가장 먼저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 전작들과 다른 코믹 연기를 펼친 소감을 전했다.
“진지하게 연기했어요. 억지로 ‘이런 표정을 지어야겠다’고 한 것은 없죠. 진지하게 연기를 한 것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서는 연기할 게 많았어요. 자유롭고 편하게 원하는 대로 하도록 감독님이 도와주셨죠. 개인적으로 망가지는 역할이 쉽고 편안하면서 재밌는 것 같아요.”
차정우는 엄밀히 따지면 ‘실장님’이 아닌 ‘대표님’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주상욱은 역할로 신분상승을 한 셈. 한 조직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세련된 인물이라는 설정은 다를 게 없어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이미지는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속 주상욱은 보란 듯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반듯한 ‘실장님’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능청스러워졌으며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는 대본을 보고 계속 연기를 하면서도 ‘역시 실장님’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저는 더 이상 할 게 없겠다고 생각했죠. 심지어 ‘실장님’ 역할로 살 생각까지 했어요. 하지만 전작에서 한 역과 달랐고 자신은 있었어요.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것도 저는 크게 신경 안 쓴다고 얘기해요. 어떤 작품에 비슷한 역할이 있으면 제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해서 일이 떨어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저를 다시 봤다는 사람이 많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이처럼 코믹 연기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도 벗고, 배우로서의 재발견도 성공한 주상욱. 그는 아직 차기작에 대해서는 준비된 것이 없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나갈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에게는 어떤 비슷한 역할이 와도 그 안에서 다른 방식을 찾겠다는 각오가 뿌리박혀 있다. 이런 자세는 어느덧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서의 위치로 이끌었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주연이 없지는 않지만 실제적으로는 처음이라 생각하고 ‘앙큼한 돌싱녀’에 임했어요. 제가 1회에서 16회까지 잘 이끌 수 있을 지에 대한 생각과 ‘시청률이 안 나와 망했다고 한다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 아닐까’하는 부담감으로 시작했어요. 이후 3회가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는데 16회로 금방 끝난 게 조금 아쉽네요.”
타이틀롤인 만큼 주상욱은 시청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나름의 선방을 했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만나는 사람마다 드라마를 잘 봤다고 하는 것에 만족했다. 그의 연기가 빛난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시청률도 기대해 볼만하다.

# 주상욱과 만드는 ‘케미’, 배우 이민정-서강준
주상욱은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 두 명의 배우와 남다른 ‘케미’를 만들었다. 바로 이민정과 서강준. 작품 속 배우들과의 친분이 연기를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주상욱은 이민정과의 호흡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민정 씨는 8년 전 ‘깍두기’에서 만났어요. 상대역은 아니지만 친하게 지냈죠. 그런 부분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시작부터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이민정 씨도 결혼 이후 첫 작품이라 잘 해야겠다는 생각과 시청률 부담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편안하게 한 것 같아요. 이민정 씨와의 ‘케미’는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 90점을 주고 싶어요.”
주상욱은 이민정과 나란히 코믹 연기 대결을 벌이며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여기에 신선한 연하남 한 명이 끼어드니 드라마의 재미는 더욱 커졌다. 최근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서강준에 대한 선배 주상욱의 평가를 들었다.
“평가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KBS2 ‘굿닥터’를 하는데 서강준 씨가 깡패 역으로 잠깐 나왔어요. 저와 싸우는 역이었죠. 그 전에도 오며가며 인사를 했어요. ‘굿닥터’에서는 길지 않은 신이었지만 ‘강준아 너는 분명 잘 될 거 같다’고 한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작품에서 바로 같이 만나게 됐는데, 빨리 연기를 시작해서 분명 크게 잘되지 않을까 싶네요. 파이팅이 넘치는 후배에요. 앞으로 잘될 거 같습니다. 제가 처음 연기할 때 보다 100배 잘하는 거 같아요. 제가 그 나이에 그 정도만 했어도 어떻게 됐을까싶네요?(웃음)”
서강준은 극중 주상욱과 이민정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처음에는 절친한 형, 동생 사이였으나 어느 순간 라이벌로 돌변했다. 이런 위협적인 연하남에 맞서 주상욱은 스스로 어떤 점을 내세울 수 있을까.
“예전에는 ‘저 친구는 나이도 어리고 연하남인데 저 친구와 경쟁을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보기는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고 작품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그냥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에요. 경쟁보다 그저 제 갈 길을 가는 거죠.”
주상욱은 이제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경험들을 가지고 연기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이를 먹은 만큼 연기자로서의 주상욱도 성숙해지고 있었다. 특히 개성 있는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자신만의 연기를 찾아가는 모습은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주상욱, 사랑 혹은 결혼?
‘앙큼한 돌싱녀’는 이혼 부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주상욱인 만큼 신중을 기했다.
“드라마 시작 전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주변에 질문을 많이 했어요. 제가 결혼 경험은 없고 연애를 하면서 헤어진 부분은 있어요. 하지만 다시 만나고 사랑하는 게 결혼과는 다르고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혼하고 각자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가 다시 만나는 일이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그럴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연기를 했어요. 결말을 어느 정도 알고 연기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합쳐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제 나름의 정리를 했습니다.”
주상욱은 이혼 부부의 재혼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가진 만큼 오히려 극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극을 떠나 실제 이상형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앞서 이상형으로 ‘화려한 글래머’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여자친구는 지금 없습니다. ‘화려한 글래머’는 ‘실장님’ 이후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얘기네요. ‘글래머’에 대한 기준을 잘 모르고 전 그걸 우선순위로 두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화려한’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본인을 ‘꾸며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거예요. 거기에서 ‘화려한 글래머’라고 얘기한 것 같아요.”
어느 덧 결혼에 대해 생각할 나이다. 주상욱에게 결혼관에 대해 물었다.
“결혼할 나이지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도 했고 앞으로 결혼할 친구들도 있죠. 연애를 오래한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기간이 짧아도 갑자기 결혼하기도 하고 제 생각대로 되지 않기도 해요. 그냥 좋은 사람과 하고 싶어요. 늘 이상형은 저와 대화가 통하고 성격이 맞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저도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할지 궁금합니다.(웃음)”
주상욱은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 시청자들 앞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실장님’에서 어느덧 친근한 배우 주상욱을 만들었다. 연기 변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배우 그 자체의 삶을 살고 자신의 길을 걷는 주상욱. 그의 연기가 또 어떻게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붙들지 기대를 모은다.

최현호 이슈팀기자 /lokkla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