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는 우아한 체 하는 상류층의 가짜 삶과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깔려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까지도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이들 욕망의 추한 부분 또한 고스란히 까발려졌다. 이들의 화려한 삶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우아함을 유지해온 혜원은 자신의 삶이 모두 가짜였음을 알게됐다. 이를 알고 가짜 삶을 박차고 나온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혜원에게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선재다. 선재는 혜원으로 하여금 가식을 벗게 해주었다.13일 방송된 마지막회(16회)의 마지막은 교도소에서 동료죄수들에게 잘린 머리로 앉아 있는 김희애의 모습이었다. 초라한 모습일 수 있으나 새로운 인생으로 향하는 밝음이 있었다.

김희애는 그 사람들(상류층)과 협상할까도 생각했다고 했다. 그랬다가는 평생 ‘그 집의 개’로 살 것 같았다. 그래서 김희애는 서한예술재단의 비리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자신과 재단 이사장 모두 법적 처벌을 받게했다.
하지만 김희애는 권력의 종속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유를 얻었고 유아인의 사랑이 있었다. 김희애는 교도소로 면회를 온 유아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 잊어도 돼. 넌 어쩌다 나한테 와서 할 일 다해줬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결코 못했을 거야. 떠나도 돼”
권력과 돈이 최대의 가치인 서회장(김용건 분), 한성숙(심혜진 분)에게는 모든 걸 다 내려놓은 혜원의 마지막이 바보같은 결말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인간의 삶을 원하던 선재에게는 혜원의 마지막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행복한 결말일 수도 있다.
혜원은 재판정에서 범법 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상류층에 오르고 싶었지만, 선재의 진심 어린 정성에 자기 자신마저 성공의 도구로만 여겼음을 깨달았다고 뼈아픈 반성의 말로 최후 진술을 끝냈다.

얼마 후 선재는 혜원을 면회하며, 자신을 잊어도 된다는 혜원에게 집 비워놓고 어딜 가냐며 일년이 될지 평생이 될지는 모르지만 같이 살아는 보자라고 답해 두 연인이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했다. 극 마지막에서는 선재가 ‘모짜르트 론도 에이 단조’를 매일 연주하며 혜원을 그리워하고, 교도소에서 푸른 하늘, 풀꽃 등을 보며 편안해진 웃음으로 그 연주를 듣는 듯한 혜원으로 끝났다.
비록 권력의 꼭대기에서 모두를 이겨먹는 여왕에서, 좁은 감방에서 자는 동안 머리를 잘리는 모습으로 급 추락했지만, 모든 걸 내려놓음으로써 편히 발 뻗고 잠 잘 수 있게 된 혜원과 그러한 혜원을 뒤에서 응원하며 사랑을 보내는 선재라면 몇 년 후 선재의 집으로 두 연인이 돌아와 지지고 볶으며 소소하게 사는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밀회’ 마지막은 시청자에게 행복한 상상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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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