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역린’ 조정석, 이재규 감독이 말하는 ‘소년 감성’이란?

배우 조정석이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에 캐스팅 된 건 ‘소년 감성’ 때문이었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장르인 ‘관상’의 팽헌도 이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브라운관으로 눈을 돌려 KBS2 ‘최고다 이순신’의 신준호 역도 마찬가지다. 이재규 감독은 그의 어떤 부분을 발견한 것일까.

조정석 본인도 이재규 감독의 선택에 의아함을 가졌다. 그가 ‘더킹 투하츠’ 이후 다시 한 번 이재규 감독의 손을 잡았던 이유는 시나리오에 끌렸던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재규 감독이 말한 ‘소년 감성’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역린’은 5월 1일부터 6일까지 이어지는 ‘황금 연휴’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단숨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에 있다. 어느덧 손익 분기점도 넘어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났던 탓인지, 조정석과의 대화는 한결 부드러웠다.

“처음 ‘역린’이 관객들에게 공개됐을 때 호불호가 분명했어요.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많지 않지만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역린’을 세 번이나 봤는데 처음에는 제 연기를 봤고 두 번째는 객관적으로, 세 번째는 마음을 놓고 되게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래도 350만이 넘는 관객들이 선택해줬다면 그만큼 관심도 높고 재미있게 본 거라고 생각해요.”

따지고 보면 ‘천만 영화’들이 종종 등장해서 그렇지, 350만이라는 숫자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처럼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역린’의 장점 중 하나는 캐릭터 각각의 스토리가 풍부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석이 맡은 을수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 중 하나다. 긴 대사보다는 시종일관 진중한 표정과 분위기로 시선을 압도한다.

“첫 리딩을 할 때 을수 캐릭터는 대사가 참 없어서 다른 분들의 대사를 경청하게 됐어요. 을수를 연기하기 위해 누구를 모델로 삼지는 않았어요. 대신 인물에 더 집중했죠. 시나리오 상의 텍스트 말고 을수가 광막에 들어가서 어떻게 자랐는지, 어떻게 자기 목숨을 구제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뒀어요.”

무거움보다 가벼움을 주로 선보였던 조정석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을수 캐릭터로 주위의 우려를 말끔하게 지워줬다.

“누구를 웃긴다는 건 굉장한 부담감이 있어요. 연기를 할수록 호흡이 가라앉기 때문에 진중한 역할들이 편하게 다가와요. 물론 납뜩이나 팽헌 같은 캐릭터 제의가 들어온다면 열심히 잘 할 수 있지만, 연기하기 더 편한 것을 꼽으라면 을수를 선택할래요. 일단 대사가 별로 없잖아요.(웃음)”

조정석은 연기를 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을수라는 인물을 계속 파고들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인물이 놓인 상황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을수의 모습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 또한 집중력이 좋은 배우 중 한명이었기에 이해 가능한 일이다.

조정석은 연기자로서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 이는 그가 연기를 처음 배울 당시 ‘놀이’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난 잘해야 돼’가 아니라 역할 놀이를 하듯 즐겼기 때문이다. 그는 깊이 파고들수록 힘들고 어려워질 때마다 단순하게 생각해왔다.

“다른 직업에서 이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또 연기만큼 이렇게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해 봐도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항상 굉장히 좋은 작품에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 피가 끓어요. 저도 그 분들처럼 잘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거든요.”

그는 ‘굉장히 웃긴’ 사람이 아닌 그저 ‘세상을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밝고 명랑한 사람이기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연기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는 이러한 부분이 ‘소년 감성’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마음을 쏟는 것은 사회에 물들어버린 ‘어른 감성’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정석의 ‘소년 감성’을 알아 본 이재규 감독의 부름. 어쩌면 을수라는 캐릭터는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옷 중 하나로 남을지 모른다. 그에게 있어 ‘역린’이란 작품과 을수는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역린’에 출연한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라 자부심이 되게 커요. ‘자부심’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죠. ‘내가 예전에 ‘역린’이라는 영화에 출연했었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죠. 을수라는 캐릭터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한테 되게 고마운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조정석이 이런 역할도 했었다. 이런 액션도 했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역린‘과 을수는 제 필모그래피에 있어 멋진 기록으로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에요.”

조정석은 현재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촬영을 마치고 오는 6월 27일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연습에 한창이다. 간만에 친정에 온 느낌 탓에 그의 기분도 한껏 들떠 있다. 이처럼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조정석의 발자취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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