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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발족한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한인회의 27대 회장에 올해 초 취임한 윤요한(58) 회장은 8천 명에 달하는 한인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꿈이 있다.
윤 회장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인사회에 제시한 것은 유권자 등록 운동이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인 정치력을 신장시키려면 모든 선거에 참여해 풀뿌리 정치 참여를 실현하는 것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혼자 힘으로는 한인 설득이 어렵게 되자 뉴욕에 활동하는 시민운동가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김 상임이사는 지난 8월 16일 윤 회장의 부탁을 받고 앵커리지로 날아가 한인들에게 ‘한인 정치력 워싱턴을 향하여’, ‘풀뿌리 정치 참여의 성과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치 참여가 가장 중요한 정치력 신장의 모태이며, 풀뿌리 정치 참여를 통해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그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덕분에 유권자 등록 운동도 힘을 받아 오는 11월 4일 치러질 선거에 한인 시민권자 2천500여 명 가운데 10분의 1 정도가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는 2014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가차 방한한 윤 회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한인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유권자 등록운동을 펼치기로 했으며 이 운동이 미국 50개 주 한인사회에도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현재 이곳의 한인들은 한미 FTA 협정 때도 한국 측에 유리하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마크 베기치 상원의원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전문직 비자 법안을 회의에 부치기 위해 준비하는 그가 한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윤 회장은 투표 참여와 함께 앵커리지에 사는 다민족과 함께 어울리는 일도 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한국-알래스카 친선축제’에 쏟는 열정은 남다르다.
매년 6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한인회가 주축이 돼 여는 이 축제에는 8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다. 올해에도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식을 소개하면서 한국과 한인의 위상을 높이려고 애를 썼다. 아직 타민족이 알래스카주에서 이처럼 대규모 축제를 연 사례는 없다.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도 한인만이 아닌 다민족과 함께 개최한다. 농구·배구·탁구·볼링 등 12종목의 스포츠 잔치로 꾸민다. 행사 마지막 날 종목별 결승전을 치르고, 광복절 기념식도 열어 다민족과 함께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광복절은 미국인에게 2차대전 종전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알래스카 한인들만의 축제가 아니고 이곳에 사는 여러 민족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우리가 다민족을 가슴에 보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주류사회에 달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눠주고, 그것으로 여러 민족과 함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한인회가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인회는 주류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다민족 장학생을 선발해 1년에 18∼2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달식에는 주지사와 시장을 비롯해 정치인과 유력 인사 등을 초청해 격려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11년째 장학금을 전달했다.
윤 회장이 전 세계 80개국에서 모인 한인회장대회에 참가한 까닭은, 이제는 달라고만 하지 말고 거주국에 먼저 베푸는 생활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각국 한인회에 전하고 한인회장들이 그 선봉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한인과 한인회가 제대로 서는 길이란 걸 체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2008∼2009년에도 2년 동안 한인회장을 맡았던 그는 동포 1.5∼2세와 현지인들에게 동해와 독도를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인회가 경비를 내 신문과 방송에 꾸준히 광고를 싣고 있다. 한인회에도 관련 자료를 비치하고 있으며, 직접 교회를 다니며 홍보하기도 한다. 알래스카는 ‘추운 곳’이라는 한국인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홍보대사도 자처한다.
“다른 곳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알래스카는 날씨도 따뜻하고 살기도 좋습니다. 공장이 없는 무공해 도시로, 천혜의 관광 자원이 많습니다.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1년에 190만 원 정도 주민 연금이 나옵니다. 한번 와 보십시오.”
충북 청원 출신인 윤 회장은 축산업·건축업·레미콘·정보통신업 등에 종사하다 1995년 가족과 함께 앵커리지에 이민했다. 처음에는 청소일을 하며 배운 뒤 청소업체를 차렸고, 2005년부터는 건축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YND코퍼레이션’을 운영하며 연간 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