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는 길리언 플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유명 스릴러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그 맛을 원작 이상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영화는 데이빗 핀처가 스릴러 연출에 탁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2시간30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에이미가 사라진 후 닉이 의심받는 전반, (죽거나 혹은 살아있는) 에이미의 행적을 따라가는 중반, (표면적으로) 사건이 종결된 후반으로 나뉜다. 대개 스릴러물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정점을 찍고 느슨해진다면, 이 영화는 세 국면 모두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된다. 오히려 진실이 드러난 후 영화적 쾌감과 긴장감은 배가된다. 이 때부터 사건과 무관해 보이는 이들이 악행에 개입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줘’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딘지 의뭉스러운 아내(에이미), 그 아내를 살해했을지 모르는 남편(닉) 만이 관객의 경계심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닉이 결정적인 증거 하나 없이 공공연하게 용의자로 몰리는 과정은 더욱 섬뜩하다. 여기엔 모두가 공범이다. 한 사람이 ‘공공의 적’이 되는 과정은, 편의주의에 빠진 경찰, 진실보다 흥행에 심취한 언론, 선정적인 가십에 열광하는 대중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는 곧 누군가를 대중의 롤 모델이나 영웅으로 만드는 과정도 그만큼 쉽다는 얘기가 된다. ‘어메이징 에이미’로 기억되는 에이미는 열성적인 그녀의 부모의 손에서 탄생, 사회 구성원들의 맹목적인 지지와 열광으로 길러진 허상이었다.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하는 에이미의 이면은 누구도 보려하지 않았다. 평범한 삶을 빼앗긴 에이미는 타인의 시선 속에 완벽을 추구해왔고, 행복마저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을 들썩이게 한 실종 사건의 주인공인 에이미도, 닉도, 따져보면 모두 피해자일 뿐이다.
이처럼 데이빗 핀처는 의문의 용의자 혹은 쫓고 쫓기는 구도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무심한 언행이 빚어내는 상황 만으로 스릴러 장르에 충분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극장을 나설 때면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을 뒤흔드는 데 공모했을 지 모른다는 찜찜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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