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시청률 47%로 대박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OST ‘사랑찾아 인생찾아’의 가수 조항조(56)는 이 노래로 올 한 해를 결산하는 제1회 MBC 가요베스트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렇게 큰 상이 올 줄 몰랐다”며, “가수로서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랑찾아 인생찾아’는 조항조의 거친 보컬과 진한 감성으로 극 중에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고민중(조성하 분)이 택배를 뛰는 장면과 어울리며 큰 공감을 일으켰다.
이 노래는 올해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캠페인송으로 팔리기도 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그냥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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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항조 인터뷰.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
트로트 가수 조항조에게 드라마 OST제의는 의외였다. 드라마 OST는 TV미니시리즈 용 발라드가 주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작자가 그에게 트로트를 요구한 건 아니었다. 발라드처럼 불러달라는 주문이 따랐다. 이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그룹 사운드 ‘서기1999’ 시절, 락과 알앤비,포크를 오가며 활동해온 조항조에게 장르는 무의미했다.
질감이 살아있는 그의 보컬은 드라마가 끝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귓가에 맴돌 정도로 생생하다. 그의 보컬에 힘입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OST ‘사랑찾아 인생찾아’는 무려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창자의 절묘한 선택이 낳은 결과다. 이후 조항조에게는 OST 가창 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 드라마 ‘기분 좋은 날’OST ‘사랑꽃‘과 ’최고의 결혼‘ OST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OST시장에서 트로트 가수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사실 조항조가 트로트 가수냐 아니냐는 방송국도 헷갈려한다.
최근 한 방송국이 동시에 그를 초청했다. 한 프로그램은 트로트, 다른 하나는 7080 무대였다. 겹치기 출연을 걸 알게 된 트로트 프로그램 PD가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당신의 정체성은 뭡니까?”
조항조는 말했다. “구분이 되지 않는게 바로 제 정체성이에요. 그냥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일 뿐이죠. ”
특히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소울 감성과 그루브가 트로트를 부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만약에’나 초기‘쉘 위 댄스’처럼 그의 트로트가 좀 모던해 보이는 것은 이런 넘나듦에 있다.
그가 여러 장르를 섭렵하게 된 건 활동무대와 관련이 있다. 90년대 미국에서 돌아와 설 무대가 없던 때, 미사리 라이브카페는 그가 노래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였다,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어요. 첫 달에 80만원을 받았는데 사장님이 노래 잘 한다고 한달 후에 120만원으로 올려주더라고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다보니 자연 여러 쟝르를 섭렵하게 됐죠.”
그는 20년째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한다. 미사리 라이브카페촌이 거의 문을 닫은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무대를 지키는 몇 안되는가수 중 하나다. 그의 지금 활동무대는 미사리를 포함해 의정부와 의왕시 ‘쉘부르의 우산’ 등 세 곳. 모두 오래전부터 서온 무대로 하루 건너 꼴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흘러오다 보니까 트로트 가수가 돼버렸는데 저는 라이브 카페가 좋아요. 라이브카페가 저를 키운 셈이죠. 무엇보다 팬들과 음악으로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게 고마워요.”
무대 연륜만큼 그는 고정 팬도 많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팬도 있다. “한번은 그 분에게 매번 똑같은 노래를 듣는데 지겹지 않냐고 물어봤죠, 그분 얘기가 그때 그때 노래가 다르다는 거에요.”
이야기는 돌연 중년을 위한 라이브카페의 실종에 닿았다.
그는 중년들이 듣고 즐길 만한 가벼운 무대가 없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굳이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생활속에서 만날 수 있는 라이브 카페가 아쉽다는 얘기다.
1990년 ‘이름모를 그 여인’으로 솔로 데뷔 후 꾸준히 앨범을 내놓고 있는 조항조는 내년 초 새 앨범을 준비중이다. 특히 조용필의 명곡 ‘친구여’의 작곡가이자 그의 앨범에 ‘쉘 위 댄스’ ‘짧은 사랑 긴 이별’ ‘잠못드는 밤’ 등 수많은 작품을 함께 해온 고(故) 이호준이 그에게 준 서너곡의 유작을 중심으로 앨범을 꾸밀 예정이다.
콘서트도 준비중이다. 다음 달 6일 울산을 시작으로, 13일 부산, 내년 1월 17일에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트로트 가수로만 인식되는게 허전해 5년전부터 매년 꾸려오고 있다, “처음에는 트로트 가수가 무슨 콘서트를 꾸밀지 의아해하던관객들도 이젠 점차 제 매력을 알아가시는 것 같아요. 제가 갖고 있는 자원을 이용해 포크를 사랑하는 팬도 트로트를 좋아하게끔 끌고 오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