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만한 영화] 천재 디자이너의 심연, ‘생 로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이브 생 로랑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천재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여성에게 최초로 바지 정장을 선물한 패션 혁명가이기도 하다. 사실 이브 생 로랑의 개인적인 삶은 그의 여성복 만큼 아름답진 않았다. 예민한 감수성과 창작에 대한 고통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가져왔고, 그를 더욱 쾌락에 탐닉하게 만들었다.

영화 ‘생 로랑’(감독 베르트랑 보넬로)은 21세의 젊은 나이에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이브 생 로랑의 삶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그에게 1968년부터 1977년까지는 디자이너로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 시기인 동시에, 내면의 고독감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생 로랑’은 기존의 전기 영화의 관습을 벗어난 점이 눈길을 끈다. 천재 디자이너의 업적에 주목하기 보다, 그 내면의 불안과 우울에 더 집중했다. 펜과 줄자를 들고 있을 때 외에 그는 늘 줄담배를 피고 술과 마약에 절어 있다. 카메라는 이브 생 로랑이 경험하는 환각 상태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펼친다. 어둡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이어지다보니, 관객에 따라선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카메라가 이브 생 로랑의 ‘눈’이 된 덕분에 그의 위태로운 내면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고, ‘생 로랑’이라는 영화 역시 전기영화로서의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일반적인 전기영화가 그 인물들이 어떻게 유명세를 얻었는지 보여준다면, 이 영화는 인물이 희생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며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브 생 로랑이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디자이너였다는 점이다. 그 개인의 삶은 고독과 우울로 얼룩져 있지만 아름다운 사람 앞에서는 의례적인 칭찬이 아닌 진심을 다해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그는 자신의 모델들에게 ‘사람은 아름다운데 옷이 형편 없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역시 주위의 뮤즈들이다. 회사를 함께 꾸려온 동료들에겐 눈물을 글썽이며 공을 치하하기도 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이 충만했기 때문에, 그들이 입는 옷 역시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브 생 로랑으로 분한 가스파르 울리엘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미묘하게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부터 표정, 몸짓까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천재 이브 생 로랑으로 완벽하게 태어났다. ‘인게이지먼트’(2004), ‘한니발 라이징’(2007) 등에서 숱한 꽃미남 배우 중 한 명으로 흘려본 사실이 머쓱해질 따름이다.(만족지수 ★★★☆)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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